매거진 보통의삶

어느 관종의 하루

#주저리주저리

by 바코

얼마 전 이사를 했다. 무거운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하도 많이 했더니 아침에 눈을 뜨니 온 삭신이 쑤셨다. 오늘 하루 종일 피곤함에 뒹굴 거리던 중 그동안 처박아두었던 악보 뭉치를 발견하고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댔다.
그동안 연주했던 악보들을 보면서, 열심히 다짐하며 썼던 메모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고 시절, 새벽이고 밤이고 열심히 연습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지금도 그때의 열정으로 살아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내리고 한 것이 150번은 넘는 것 같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놓은 글자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나의 10대 때의 에너지.

그 에너지 지금 다 어디 간 거니.

그러다 문득

책 출간하면,
'바코의 음악이 있는 북콘서트'해볼까?

클래식 곡도 연주하고.
가요나 OST도 연주하고.
내가 살았던 얘기하고.
지금 사는 얘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얘기하고.
책 얘기도 하고.

단 한 명의 관객이 있을지라도 난 그 사람을 위해 나의 썰을 풀겠다는 흔한 예술가의 열정이 나에게 사뭇 스치는 밤.


고등학교 때 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광팬이었다. 부산 공연마다 따라다니고 선물 주고 편지 주고 사인 받고 그랬다. 다시 돌이켜보니 어지간히 따라다녔다.


이사를 하고 방 정리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방을 들어서면 딱 보이도록 놓았다. 매일매일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 저 물건에 얽힌 사연들도 많다. 모두 나를 웃게 만드는 것들이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피아노를 치면서 나의 일상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은 어찌 보면

'나 이렇게 잘 살고 있다.'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요즘 흔히 나 같은 사람을 '관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머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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