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누나는 운전하지 마라카이. 길도 볼 줄 모르는기 무슨 운전은 운전이고.”
나는 길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종종 운전은 어떻게 하고 다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몇 번을 갔던 곳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매번 길을 헤맨다. 네비를 찍고 가도 거리에 대한 감이 없어 가까운 곳도 둘러가기 일쑤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서고, 길을 헤맬 때면 여유롭게 경치 구경과 동시에 건물 구경 사람 구경을 한다. 평소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해서 멍하니 있는 것도 좋아한다.
목적지에 가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듯, 인생에도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약속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장소에 갈 때에는 빨리 갈 수 있는 길보다는 주변에 볼거리(주로 자연경관)들이 많은 곳을 둘러보며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해서 가는 편이다. 이왕이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습관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내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이쪽저쪽 길을 다 가본 뒤에 비로소 '아, 이 길이 가장 좋은 길이구나.' 깨닫는다. 이런 나를 스스로 자책할 때도 많지만, 내가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처럼 나도 내 삶을 그냥 '이게 나다.'라고 받아들이며 존중해주기로 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이제 2년이 넘었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어서 5년은 더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음에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년 말에 책을 출간하겠다는 다짐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로 미루어졌다. 결국은 내가 더 부지런하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쓰던 소설의 결말을 써 내려가는 것처럼 나의 29살의 결말을 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하고 싶었다. 출간하게 될 '보통의 삶'에 써 내려가던 글자들을 보면서 마지막 마무리는 어떻게 지어야 하나 했는데, 결론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 내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아, 돈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면서 지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3화 ‘과정의 기쁨’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꿈꿔왔던 일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일에 매진해서 실현해보려 한다.
지금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는 나중에 뒤돌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서있는 이 곳이 내가 서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성공의 기준이 각자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성공은 나의 재능이 필요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한 때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돈은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었고, 돈을 쫓아가니 마음이 늘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또한 같은 논리인 것 같다. 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먹고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나 아직 서른의 나이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몸과 마음의 병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늘도 이 길에 서서 고민한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