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을 좋아해요.
이름값하는 봄꽃이 매화, 진달래 처럼 대부분 나무꽃인데 비해
제비꽃은 민들레와 함께 풀꽃이죠.
아직 거칠고 찬 봄바람을 피해보겠다고
땅으로만 기어다니는 게 짠해요.
그 와중에 보라색 꽃을 피워내는데,
꽃으로 수놓인 땅바닥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들거든요.
제비꽃을 미워해요.
텃밭에 뿌린 씨앗이 올라오기 전에,
겨우 올라온 씨앗이 자리 잡기 전에
제비꽃은 온 밭을 차지해요.
미리 뿌리내린 제비꽃은
거름과 봄비를 독차지하고
미리 싹을 올린 제비꽃은
햇빛을 먼저 받아내고
바람도 앞서 채가요.
그러니 공들여 심은
상추, 열무, 얼갈이배추는
제비꽃 등쌀에 지실이 들어요.
뿌리가 깊어 잘 뽑히지도 않아요.
꽃 모양 때문에 오랑캐꽃이라고 한다는데,
농사방해꾼으로서도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싶어요.
그래도 마냥 미워하지는 못해요.
이쁘니까요.
밭일을 끝내고 돌아서는데
땅바닥에 보라색 꽃 덩어리가 떠있는 거에요.
하나씩 펴 있어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꽃들이
다발로 피어있으니 어떻겠어요?
위에서 내려다 봐도 좋지만,
옆에서 보면 진면목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부케라 부르는,
꽃다발이 둥둥 떠 있거든요.
세상에 제비꽃다발이라니.....
오랫만의 삽질로 팔다리어깨허리가 뻐근하고 피곤했는데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거에요.
이러니, 싫어라 할 수가 없죠.
엎드린 김에
민들레도 다시 봤어요.
핸드폰을 땅에 붙이고
꼭 민들레 눈 높이에서 사진을 찍어요.
울창한 정글에 노란색 꽃이
유에프오 처럼 떠 있는 거 같아요.
분홍물을 잔뜩 머금은 꽃을 힘겹게 매달고 있는 건 금낭화에요.
그리고는 배꽃을 땄어요.
하얀 배꽃을 따서 흙바닥에 던졌어요.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아리지만 괜첞은 척 했어요.
티끌없는 하얀 꽃이 흙에 뒹굴어도 못본채 했어요.
그러다 날이 저물었어요.
마무리를 하고 뒤돌아 서는데,
자꾸만 뒤에서 잡아당기는 거에요.
몇개를 주워들었어요.
꼭지를 고무줄로 엮으니
또 부케가 만들어 졌어요.
땅에도 꽃이 많아요.
눈높이를 낮추면 꽃놀이를 할 수 있어요.
진달래, 벚꽃, 목련 다 졌어도
그래서 괜찮아요^^
#제비꽃 #민들레 #금낭화 #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