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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연 Oct 04. 2021

가을 맞는 날

예전엔 보라색 꽃이 드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온통 보라색입니다. 

눈썰미 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겠습니다.

 

돌콩

봄날 제비꽃이 그렇고 돌콩이 앙증맞은 보라꽃을 피웁니다.

우아한 투구꽃을 보며 황홀해 했습니다. 

요즘은 산비탈 어딜가나 꽃향유가 눈길을 끕니다. 

탐스러운 꽃송이를 뽐내며 이슬에 맞서는 품이 당당합니다. 

'산박하'는 물가에서 가느다란 꽃대를 흔듭니다.


산국

그러다 개울에서 산국을 만났습니다. 

보라 천국에서 노란 천사를 만난 듯 반갑습니다. 

가파른 비탈에 자리잡아 위태롭습니다. 

가을을 실어 나르느라 분주한 햇살이 잠시 내려앉아 쉬었다 갑니다.

햇살이 들고 난 자리, 

바람이 다니러 왔는지 국화는 가볍게 몸을 흔듭니다.

어른 거리는 물그림자가 치받아 오자 노랑은 샛노랑이 됩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물에 담급니다. 

차가운 기운에 깜짝 놀라 서둘러 거둬들입니다. 

맨발에게 잠시 피부호홉을 허락하며 심호흡을 합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산국 아래는 제법 깊은 웅덩이를 이루었습니다.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갑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물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발만 넣을 때 보다 덜 차갑습니다. 


개와 개구리 흉내를 내며 두어번 왕복합니다. 

땀은 식고 피부에는 까끌까끌한 돌기가 솟아납니다. 

바위에 올라 바람에 몸을 말리고 햇빛에 몸을 덥힙니다.


마침 개천절, 

깊은 산에서 흰 몸뚱아리 그대로 놀며 

묵은 여름을 보내고 햇 가을을 맞이합니다.



[동영상] 햇살과 물과 산국과 꽃향유 

https://www.youtube.com/watch?v=4fmwkRK8Fj8

*동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용량 문제 때문에 유투브 링크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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