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를 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181화에 글을 올리며 어제 쓴 일기인 줄..
날짜 상으로는 두 달 가까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꼬박 1년 만에 나는 다시 감기에 걸렸다.
집에서 일을 하며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는 데다
크고 작게 여러 병치레를 치르는 동안에도 감기에 걸리는 일은 잘 없어서
어디 가면 '저는 감기는 잘 안 걸리더라고요'라고 은근하게 감기부심을 부리곤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 옷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내 면역력도 속살처럼 연약해져 버렸는지
3년 내리 겨울이면 연례행사처럼 감기에 걸리고 있다.
독감이 아닌 이상 감기에 걸렸다고 월차를 쓸 수 없는 직장인처럼
그림장이도 일을 놓을 수 없어 잔잔한 집안일들을 처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이미 감기로 가득 차 버린 머리가 손으로도 감기를 토해내게 만든다.
누가 시켜서 그리는 그림도 아니면서 아프면 그냥 쉬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플 때 튀어나오는 적나라한 그림들을 보는 것이 꽤나 재미있다.
사람들이 수면 내시경을 하면 자신이 무슨 헛소리를 하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이다.
어떨 때는 몸과 마음이 멀쩡한 날보다 어딘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려진 그림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어, 좀 잘 그려졌는데? 하고 좋아진 기분에 아픈 것도 다 잊고 신이 나 마저 그림을 그리게 된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고 더 빨리 낫거나 더 늦게 낫지도 않았다.
참으로 보통의 겨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