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하면 물회지,

참 맛있긴 한데..

by Honey

2012년 8월 1일 수요일,


여전히 평일 휴무가 쉬운 돈벌이를 하는 중이었다.

리그만 하기에는 아쉬운 1년이니 일찍 안녕을 고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미련은 접어둔 채,

무려 8강까지 살아남은 FA컵을 직관하기 위해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

지금은 목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노동으로 맺어진) 아들과 휴무를 맞춰,

생전 축구라고는 지금까지도 관심이 없는 20대 아이의 황금 같은 휴무에 그저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보러 가자고 꼬셔, 심지어 동국이형의 유니폼(무려 실착)까지 입인 후 장거리 원정을 떠나기로 했다.

참, 이동수단도 아들의 차였다..


대신 물회를 사주기로 했다.

역시 포항 하면 물회니까,


평일 경기인 관계로 킥오프 시간은 저녁이었지만 우리는 조금 이른 출발을 했다.

포항의 유명한 죽도시장에 들러 물회를 먹고 가기로 하고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대전에서 출발!

그간의 원정은 대부분 원정버스를 이용했던 터라 개별로 떠나는 원정길이 낯설기도 했지만 설렘이 더 컸다.

더군다나 오늘만 이기면 준결승, 그 경기를 이기면 다음이 결승이니,

역시 토너먼트란 위로 올라갈수록 긴장감과 기대가 동시에 생기는 법.


대전에서 출발한 지 세시간여만에 우린 포항 죽도시장에 도착을 했다.

미리 찾아둔 식당에 들어가 물회를 주문했고, 금세 나온 물회는 소문처럼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출발부터 식사까지 모든 일정이 아주 순조로웠다, 느낌이 좋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세워진 축구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는 정말이지 축구를 보기에 아주 최적화된 경기장이다. 1990년에 '어떻게 이렇게 멋진 축구장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다.

관중석에서 그라운드까지의 가까운 거리와 적당한 경기장의 크기까지,

날이 더운 8월의 첫날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장은 언제나 설렘만 가득한 곳, (본래 축구장은 여름과 겨울뿐이다) 이제 남은 경기 결과만 완벽하면 되는 하루였다.

하지만,


참 포항은 쉽지 않은 팀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경기 시작 5분 만에 동국이형이 선제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오늘 이기겠구나' 싶었는데,

이후 동점골, 역전골, 그래도 다시 따라잡으며 동점을 만들기까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쐐기골을 얻어맞으며 우린 그 해 FA컵과도 안녕을 고했다. (무슨 맨날 안녕이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주일 뒤 전주 홈 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리그 경기에선 우리가 2:0으로 승리를 했다.

물론 그때도 결승골은 동국이형이...... (그만)


이후에도 포항에 원정을 갈 때마다 몇 번의 물회를 더 먹었었는데, 희한하게 그날마다 경기는 졌다.

물회와 함께 승점도 말아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이지 매번.


내가 좋아하는 맛들의 집합체와도 같은 물회,

앞으로도 물회는 열심히 먹으며 살 테지만 포항에서만큼은 절대 안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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