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레전드의 만남

이제는 둘을 어디 가서 보나..

by Honey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보통의 매치데이는 예나 지금이나 주말에 주로 잡혀있지만 간혹 리그의 일정상 중간중간 평일 경기가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나 FA컵도 마찬가지. 준결승이나 결승은 무조건 주말에 진행되지만 조별 경기나 초반 토너먼트는 평일 일정도 심심치 않게 있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참 흔하지 않은 요일이다, 목요일.

평일 경기들이 주로 수요일, 그리고 간혹 화요일에 치러지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더라도 생소한 요일이다.

그래도 뭐, 평일에 쉬는 게 쉬운 직업일 때였으니까..


2012년 시즌, 리그의 마지막 원정경기였다.

한때는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던 타 팀의 경기장이었는데 지금은 악연이 더 많아진 것 같은 '창원축구센터', 바로 경남FC의 홈 경기장이다.

시즌 막판이었고 경기 결과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도 아니었다.

그래도 한 경기, 한 경기는 모두 의미 있는 바, 그렇게 시즌 마지막 원정도 함께 하기 위해 창원으로 향했다.

(2022년 현재 경남FC는 K리그2에 속해 있다)


사실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원정이었다고 해야겠다.

1998년도 프랑스월드컵에서 동국이형을 보기 전, 축구 자체에 먼저 관심을 갖게 해 줬던 선수,

바로 나의 첫 번째 레전드가 '김병지'선수였고, 그 김병지 선수는 그때 당시 마흔셋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당시 소속팀이 경남FC였던 것.

(이후에 김병지 선수는 전남드래곤즈로 팀을 옮겨 마흔여섯이라는 나이까지 현역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다)


나의 두 레전드의 만남,

한 명은 골을 넣어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 다른 한 명은 그 골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라니..

마음의 우선순위야 물론 팀으로도 그렇고 동국이형이었지만, 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경기는 원정팀인 우리가 2:0으로 지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이건 뭐 어느 팀이냐에 따라 많이 달랐을 거라고 본다)

창원축구센터는 그라운드와 관중석간의 거리가 워낙 가까운 덕에 팬들의 얘기가 골키퍼에게 그대로 전달될 정도다. 실제로 김병지 선수와는 농담 섞인 대화가 오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당시 코너킥을 차던 '윤일록'선수에게는 같이 원정버스를 타고 전주에 가자며 소리쳐 선수를 웃게 했,

김병지 선수에게도 "1골만요~", "1골만요~" 라며 원정팬들이 장난 삼아 외쳐대 소리에, 선수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짓으로 "오케이"를 주던..

정말 축구장에서는 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가 없던 보기 드물게 훈훈한(?) 장면들도 있었다.

경기는 이렇게 완패를 하나 싶었던 막판, 긴 머리에 머리띠가 잘 어울리던 '드로겟'선수의 득점으로 아쉽지만 한 골만을 만회하며 경기를 끝내야 했고, 이날 우리 동국이형의 득점은 없었다..


그리고 원정팬 모두가 드로겟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옆에 있던 류양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언니 지금 입만 웃고 있어요"








<사진 출처-'이데일리'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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