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의 시작
K리그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 경기에 항상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겐 '에스코트 키즈'로 더 익숙한,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는 사람들.
2013년 3월 9일 토요일,
이미 3월 첫째 주에 대전과의 원정경기로 리그를 시작하긴 했으니 두 번째 경기였지만, 홈경기로는 2013년 시즌의 첫 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일반적인 K리그의 팬들이라면 개막을 앞두고 다가올 시즌의 시즌권과 유니폼을 미리 구매해 두곤 한다.
일종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가지는 필수요소라고 해야 할까?
(전북현대는 코로나 이후 현재 시즌권 제도가 멤버십 제도로 변경되었다)
통상 좌석 구분으로 나눠지는 그간의 시즌권과 다르게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추가된 시즌권이 한 가지 있었다. 이름하여 '레이디카드'.
카드의 이름처럼 여성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성 시즌권인 셈이다.
실제로 경기 관람 외에 몇 가지 소소한 이벤트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가지가 바로 '레이디 에스코트'
늘 어린이들을 선정하여 '에스코트 키즈'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던 걸 1년에 한두 번쯤 '레이디카드' 소지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공지가 뜨자 냉큼 신청을 했고, 홈 개막전에 '레이디 에스코트'로 선정이 됐다.
(참고로 2013년 리그 홈 개막전 상대는 '울산현대'였다)
결국은 몇 년간에 걸쳐 '레이디카드'를 소지하면서도 유일한 바람이었던 '동국이형 손잡고 입장하기'를 끝내 이루지는 못했지만, 처음 공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어찌나 기대감에 부풀었었는지..
'언젠가는 동국이형..'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헛된 꿈이었는지는 아주 한참 뒤에나 알게 됐지만 말이다.
첫 번째 에스코트부터 망삘이었다.
에스코트 선정은 무조건 랜덤이다. 내가 동국이형 손을 잡고 싶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전북 1~전북 11', '원정 1~원정 11'까지 적힌 쪽지를 그냥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동국이형은 고사하고 그 몇 년을 '전북'조차 한 번 밖에 뽑지 못 한 나다.
몇 번의 에스코트에 참여하며 자주 보다 얼굴이 익숙해진 구단 직원이 오죽하면
"허니님, 전북 선수들 좀 뽑아 보세요~"라고 안타까운 한마디를 해줄 정도였으니..
내 첫 번째 에스코트 추첨도 '울산 1'.
세상에나 바로 옆에 우리 팀의 주장인 동국이형이 설 텐데 난 왜 원정팀 1번이란 말인가,
(선수 입장 시 1번은 주장, 2번은 골키퍼이며 나머지 순서는 정해진 바가 따로 없다)
이 처음을 시작으로 그렇게 주야장천 원정팀만 뽑게 될 줄도 그땐 몰랐지만 말이야, 엉엉..
당시 울산의 주장은 현재 성남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 '김영광'선수였다.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눈길은 그 바로 옆에 있는 동국이형만을 향한 채(정신 차려) 선수 입장 준비.
선수 입장을 알리는 멘트와 음악이 나오면 이제 오늘의 경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경기장의 모습은 정말이지 더없이 웅장하고 멋졌다.
녹색 잔디 위로 2만여 명의 팬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과 그들이 내뿜고 있는 함성까지,
이 날의 홈 개막전은 2:1로 전북의 승리였다.
그런데 승점 3점은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으나, 우리의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넣었던 '한상운'선수의 세리머니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까지도 더 잊히지 않는 그런 날이 돼버렸다.
우리의 N석(홈팀 응원석)앞에서 그 도발성 세리머니라니.. 부들부들...
더군다나 양손 엄지로 백넘버를 가리키는 그 '자신감 뿜뿜 세리머니'는 내가 동국이형 세리머니 중 가장 좋아하는 거라구!
<배경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윤쓰베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