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허니문을 꿈꾸며
여름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아주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김두현 감독대행과의 짧지만 아름다웠던 동행을 마친 팀은 이후 루마니아의 레전드라 불리는 '단 페트레스쿠'를 전북의 7대 감독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팀 역사상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었던 '조세 모라이스'의 성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금의 절체절명 위기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마음들이 더 컸기 때문일까,
화려했던 선수 시절의 커리어와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많은 경험들을 앞세운 새로운 감독에게 모두의 기대감이 쏟아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A매치 휴식기가 지나고 드디어 새로운 감독과 함께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오늘 경기의 상대는 '광주FC'다.
광주FC는 지난해 2부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승격을 이룬 뒤 오랜만에 뛰는 1부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효' 감독의 전술 아래 팀 고유의 색이 입혀져 가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안팎으로 최근 우리 팀의 여러 가지 사정들이 전과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그동안의 상대전적에 기대를 해보며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는 2:0 패배, 광주의 승리..
더군다나 이날은 원정석(가변석)이 안전상의 문제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일반석(E석)의 일부를 원정석으로 배정받았는데, 인접한 광주의 응원석에서 득점 후 '매라와그린(J리그의 우라와레즈(전범기업 후원)에 과거의 잘못까지 더한)'이라는 걸개를 펼치며 원정석에 대한 도발까지 꾸준히 이어가 더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경기 전날까지 양 팀 팬들이 서로 좌석 협조에 대한 의견까지 나누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날 바뀌자 도발이라니..)
이렇게 새로운 감독과의 아쉬운 대면식을 치르고 이어진 경기에서는 3승 1무라는 나름의 호성적을 거두긴 했으나 이후 무승부와 패배를 거듭하며 잠시잠깐 3위까지 올려놓았던 성적이 다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아주 긴~ 허니문을 기대했지만 달콤했던 꿈은 너무나 짧았고 바뀌지 않은 현실이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하긴 감독 한 명 바뀌었다고 대단히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은 양심 없는 짓이긴 하지......
감독도, 선수도, 팬들도 정상적인 회복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암흑 같았던 시즌 초반 10위까지 떨어졌던 성적에 비하면 한때 중상위권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도 다행인 일일 테지만, 지금의 변화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바는 이런 들쑥날쑥함 보다 비록 제대로 된 궤도에 올라서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만의 색깔과 분위기를 다시 찾는 일일 것이다.
팬들은 응원을 멈추고, 팀의 레전드라 생각했던 감독이 사퇴를 (당)하고, 시즌 도중 임시 감독대행 체재를 겪었으며, 모두가 해버지라 부르는 유명한 테크니컬 디렉터의 고민 끝에 새로운 외국인 감독까지 선임하게 된 이 모든 일들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졌다.
K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을 이끈 역사로 남은 최강희 감독님 시절부터 전북의 축구를 보아오던 나는 이런 폭풍 같은 일들이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물론 대다수의 전북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제 시즌의 남은 경기는 파이널 라운드를 포함해도 채 열 경기가 되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감독님!
2~3개월 동안 겪은 시행착오들로 남은 시즌을 조금은 더 단단하게 해 주세요!
그래서 다가올 새로운 시즌엔 '작년에 그래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다행이야'라며 서로를 토닥이고 추억할 수 있도록요..
<배경사진 출처-전북현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