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지금의 우린 조금 달라졌을까?

by Honey

매년 비시즌을 보내며 가장 기다려지는 것 중에 하나가 다가올 시즌의 일정들이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제일 기다려지는 일정은 역시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해외 원정에 맛을 한 번 제대로 들인 탓에 올 시즌엔 과연 어느 나라, 어느 팀과 만날지가 나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나의 휴가는 해외여행을 빙자한 원정 경기 관람이었기에.


2014년 ACL에서 우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멜버른 빅토리(호주)와 한 조가 되었다.

물론 긴장감 넘치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해외 원정을 갈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토너먼트 진출 자체가 알 수 없는 일이니..

중국은, 가보고 싶기는 했으나 '광저우'에 가고 싶진 않았다.

호주는, 너무... 멀다...... (그리고 비싸다)

마지막으로 요코하마,

지난 2010년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여행에서 하루 들렀던 기억이 너무나 좋았던 곳이기에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절호의 기회다.

물론 이렇게 축구를 보러 다시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말이다.


2014년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4월에 있을 요코하마 원정 준비를 했다.

정확히 거의 1년 전 4월에 일본 원정을 다녀오긴 했어도 가려는 곳은 나라만 같지, 그리고 사이타마랑 가깝기는 해도 전혀 다른 도시니까.

무엇보다 처음의 기억이 너무나 좋았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감 도시가 되어버린 요코하마.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작년엔 혼자 떠난 해외 원정이었지만 이번엔 함께 다닐 일행들이 있었고,

축구만 보고 오기엔 너무나 아쉬운 도시였기에 2박 3일로 일정을 잡았다.

일본에 도착해서는 맛있는 라멘에 시원한 맥주를 한 캔씩 마시고 경기장으로 이동,

경기는 이른 시각 선제골을 넣으며 순조롭게 흘러가나 했지만, 후반 중반쯤 1분 사이에 내리 두 골을 얻어맞으며 역전패를 하고 말았다.

토너먼트면 기절했을 일이지만 조별 경기였기에, 경기 결과보다는 이 좋았던 도시에 다시 왔다는 더 큰 의미만 기억하자며 경기 후엔 숙소 주변 술집에서 신나게 먹고 마시는 걸로 (축구)여행 첫 날을 기념했다.


그리고 다음날,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온전히 요코하마만 둘러보기로 계획한 하루였다.

해가 질 무렵에 맞춰 항구 쪽으로 가기 위해, 낮에는 개항시기 주택이 지금까지도 예쁘게 잘 보존된 골목골목과 공원에, 차이나타운까지 열심히 다니다가 대여섯 시쯤 항구 근처에 도착을 했다.

여행 일정도 짧았고, 일본은 그래도 주요 곳곳 와이파이 연결이 잘되는 곳이었기에 별도의 로밍은 아무도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도착한 항구 근처에서는 해가 완전히 지길 기다리기 위해 근처 카페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카렌가 창고도, 항구의 풍경도 밤에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특별히 연락 올 곳들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다들 가장 먼저 한 일은 카페 와이파이 연결,

그러기를 금세..

"어? 여객선이 침몰했다는데?"

"응? 여기, 일본?"

"아니, 우리나라"

"근데 전원 구조했대, 다행이네"

"그렇겠지, 당연히, 요즘이 어떤 시댄데......"


정말,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실시간 '오보'만을 접하고는 그게 전부인양 우린 저녁을 먹으러 이동을 했고,

그날도 남은 시간 동안 신나게 여행을 즐기다 자정이 가까운 아주 늦은 시간에서야 숙소에 도착을 했다.

카페에서부터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대여섯 시간을 우린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냥 자연스럽게 숙소에 도착 후 호텔 와이파이를 연결하던 그때,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왜?" (각자 휴대폰 확인 후)

"이게 지금 진짜야? 현실이라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게 말이 돼?"

"빨리 TV 틀어봐"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였지만 연신 '간꼬꾸', '간꼬꾸'만 들리던 음성 뒤로는 기울어진 채 뒤집힌 여객선의 모습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그 많은 사람들을 태운 여객선이 가라앉고 있다니..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배가 기울기 시작할 때부터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구조를 하지 못 해 수백 명이 아직도 여전히 그 기울어진 배 안에 있다는 것이다.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 과정들로 인해, 전체 승객 476명 중에 304명(299명 사망, 5명 실종)이 끝내 구조되지 못한 채 그렇게 하늘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됐다.


2014년 4월 17일 목요일,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비행기가 조금 지연이 됐고,

그렇게 도착한 인천공항에도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으며,

그때까지도 추가로 구조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 하늘도 원통해서 계속 울 수밖에 없던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그래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정말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을 세상에서 살아가고는 있는 걸까,




<이틀 뒤, 전북현대는 K리그 경기장 중에 진도와 가까운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전남드래곤즈와의 원정 경기를 치렀다. 선수와 팬들 모두 환호는 감추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했다. 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기적이 남아있을 거라고 하나 된 마음으로 믿고 기도하며......>



2014년 4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북 vs 멜버른 빅토리>







<배경사진 출처-'연합뉴스'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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