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인데 승부차기라뇨......
프로와 아마추어 팀을 통틀어 한국 축구의 최강 팀을 가리는 대회인 FA컵.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들이 참가하는 토너먼트 형식의 축구대회로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이변들이 생기기도 한다.
참여하는 팀들 중 가장 상위리그인 K리그1 팀들이 3부 리그나 대학팀에게 발목을 잡히기도 하고,
그 발목 잡은 팀들 중에서는 피 터지는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아 결승에까지 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간의 많은 이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면 늘 우승은 1부 리그 팀의 차지였다는 것.
하지만 이것도 지난 시즌(2021년) 그 역사를 새로 썼다.
2부 리그 소속의 '전남드래곤즈'가 결승전에서 1부 리그 소속인 '대구FC'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2013년 10월 19일 토요일,
감독님이 복귀하신 뒤 리그의 성적은 10승 5무 2패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 흐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승패를 떠나서 90분 동안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꼭 박수를 쳐주는 편인데..
시즌 중간 9월 8일에 있었던 포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패배를 했을 때의 경기 내용이 아주 많이 허탈했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난다. 아마도 이쯤 들었던 아쉬움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포항을 한 달이 조금 넘어 FA컵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다.
2013년의 포항은 당시 황선홍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부흥을 맞이 하며,
리그 개막 이후 30라운드까지 줄곳 1위 자리를 지킬 정도로 막강한 팀이었다.
(31라운드부터 울산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으나 결국 40라운드 최종전에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데......)
예나 지금이나 참 쉽지 않은 팀, 포항.
경기는 역시나 결승전답게 팽팽하게 흘러갔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워서) 아픈 손가락이 된, 당시에 리그에서 더 날고뛰던 김승대 선수에게 선제 실점을 하긴 했으나, 10여 분 만에 김기희 선수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더욱더 결과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치열한 접전 가운데 정규시간을 1:1로 마치고 연장까지 치렀으나 승패를 가릴 수는 없었고,
결국 그해 FA컵 결승전은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팀을 결정하게 됐다.
결승인데..
이 경기가 마지막인데...
또, 승부차기란다.
2년 전의 트라우마가 다들 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또 누군가의 운에 따른 실수로 승부를 갈라야 한다니, 정말 괴롭고 가혹한 일이다.
진짜, 누가 생각한 걸까, 이 잔인한 승패의 결정 방식을,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썰'로는 말레이시아 출신 심판의 아이디어라고 하던데.. 정확하지는 않다)
승부차기는 우리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키커 레오나르도 실축,
뒤이어 포항의 첫 번째 키커 이명주 선수도 실축,
이어진 우리의 두 번째 키커 케빈도 실축,
다시 또 뒤이어 포항의 두 번째 키커 신광훈 선수 성공..
여기서부터 주저 않은 것 같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 그런 상황..
이어서 우리의 남은 외국인 선수 둘과 서상민 선수까지 킥을 성공시키기는 했지만, 남은 포항의 선수들 또한 모두 킥을 성공시키면서 그렇게 그해 FA컵 우승 트로피는 포항의 품에 안기게 됐다.
그리고 그해 포항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는 '더블'을 달성하며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냥 90분을 뛰고 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시 또 말하지만 지금도 축구에서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 돼버린 승부차기..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픔은 이후에도 몇 번이나 반복됐고,
최근 나의 멘탈이 가장 많이 흔들렸던 그 계절에도 이런 일이 또 있었더랬지..
<배경사진 출처-'스포탈코리아'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