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의 마지막 경기
선수 생활을 하나의 클럽에서만 보낸 선수를 우린 '원클럽맨'이라고 부른다.
그런 원클럽맨을 가진 것만으로도 클럽과 팬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며, 선수 자체가 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대전하나시티즌'이 된 '대전시티즌'에도 그런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1997년, 팀의 시작과 함께 창단 멤버로 입단한 최은성 골키퍼.
팀의 시작과 부흥기, 그리고 어려움까지도 그렇게 모든 것을 함께 한 최은성 선수는,
'최은성이 대전이고 대전이 최은성이다'라는 대전 팬들의 외침처럼 그렇게 대전의 원클럽맨 레전드가 될 거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전시티즌 시절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왼쪽 팔뚝에 대전의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겨 넣을 정도였으며,
대전월드컵경기장엔 일반석과 서포터스석 사이 그라운드 출입구 한편에 최은성 선수의 백넘버가 새겨진 유니폼의 이미지가 헌정의 의미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
특정 선수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경기장 한쪽을 내어주는 일은 사실 흔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선수와 클럽, 팬들까지, 서로가 너무나 각별한 사이가 되어버렸는데......
2011년이 마무리되면서 최은성 선수도 대전과의 계약이 종료됐고, FA(Free Agent) 신분이 되었다.
2012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모두가 당연히 대전과 최은성 선수는 또다시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단 후 15년 동안도 몇 번의 계약 종료와 재계약이 있었을 테니..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재계약 과정 중 연봉협상의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재계약이 불발되고 만 것이다.
결국 그해 2월의 마지막 날까지도 선수와 구단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더 이상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최은성 선수의 모습을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가 없게 됐다.
당시 대전 팬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으며, 팀의 레전드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응원을 보이콧하는 등, 많은 비판의 소리들을 냈었고, 최은성 선수 또한 그렇게 선수생활이 끝나가는 듯 했다.
후에 선수의 요청으로 3월 26일까지 타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한 자유계약 선수 공시 기간을 얻긴 했으나
별다른 소식이 없던, 그렇게 3월의 시간도 월말이 다가올 때쯤, 오피셜이 떴다.
2012년 3월 23일, 공식적으로 전북현대의 유니폼을 입은 우리 팀의 선수가 된 것이다.
정말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전북에게 최은성 선수는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으며, 팀과 동행하는 동안에도 그가 그동안 쌓아 온 연륜만큼이나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전북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을 때의 나이가 42세,
아무리 포지션이 골키퍼라고는 하지만 현역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투혼을 아끼지 않던 그는 그로부터 2년 뒤,
2014년 7월 20일 일요일,
본인의 K리그 통산 532번째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르기로 한다.
경기장엔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많은 팬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고,
관중석 한쪽엔 대전 팬들을 위한 자리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팀 그 자체라고 여겼던 선수가 다른 팀에서 은퇴하는 모습을 보게 된 대전 팬들의 마음도 무척이나 아팠을 것이다. (당시엔 사는 곳이 대전이었고, 지인들 중에는 대전시티즌의 팬들도 있었기에 그들의 상황을 그래도 많이 듣고 접할 수 있었다)
선수 입장 시에는 선수단 모두가 최은성 선수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532'가 새겨진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입장을 했다. 오랜 시간 K리그를 '지켜준' 레전드에 대한 예우였다.
경기는 전반 이른 시간 동국이형이 선제골을 넣으며 아주 순조롭게 흘러갔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득점 이후 선수단이 함께 했던 세리머니,
그라운드 반대쪽에서 우리 팀의 골대를 지키고 있던 최은성 선수를 불러 경기를 뛰고 있던 선수들 모두가 헹가래를 해 주었고, 팬들은 자리에서 기립박수로 함께 했다.
그렇게 이후 전반전 45분을 뛴 최은성 선수는 권순태 선수와 교체되면서 본인의 선수생활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했고, 이어 하프타임을 통해 모두가 조금씩은 뭉클한 은퇴식이 치러졌다.
은퇴 이후로도 최은성 선수는 전북에 남아 골키퍼 코치로서 많은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으며,
몇 년이 지난 후에 중국 슈퍼리그로 팀을 옮기게 된다.
어쩌다 한 번씩 뵐 때마다,
"너는 대전에 살면서 왜 전북을 응원하냐?"며 웃곤 하셨는데..
늘 선하고 인자하던 그 웃음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배경사진 출처-'엑스포츠뉴스'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