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보단 녹색이지,

by Honey

2011년 시즌,

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기까지 '누가 우리의 상대가 되려나' 하면서 플레이오프를 유심히 지켜보던 중 유난히 눈에 띈(마음에 든) 선수가 있었다.

프로필 상에 키는 196cm로 나와 있지만 나중에 옆에 서보니 정말 족히 2m는 되어 보이던 장신의 공격수, 바로 김신욱 선수이다.

당시 프로 3년 차였던 김신욱 선수는 이미 울산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던 선수였으며, 2011년에 정규리그를 6위로 마친 울산이 상위팀들을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까지도 김신욱 선수의 역할은 매우 컸다.

특히나 나의 이목을 끌었던 건 준플레이오프 수원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울산이 승리를 챙기게 됐고, 그 승부차기에서 킥을 성공시켰던 김신욱 선수가 했던 '도발 세리머니'였다.

당시 수원의 홈 경기장에서, 그것도 수원의 응원석 앞에 있는 골대에, 국가대표 골키퍼를 상대로 킥을 성공시키고 난 뒤, 수원 팬들을 향해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더 해봐'라는 식의 그 도발은 정말 3자 팬의 입장에서 보기엔 더없이 흥미진진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다운로드.jpg 상대 팬에 대한 도발은 보통의 멘털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 실제로 김신욱 선수는 세리머니 당시에 엄청난 긴장을 했었다고 한다


이후 김신욱 선수는 해마다 더 성장을 했고, 데뷔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을 울산이라는 한 팀에서만 뛰고 있었기에 점차 울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선수가 성장하는 만큼 울산의 팬들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언젠가는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당시 선수와 팬들이 생각했던 방향은 유럽 진출이 1순위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K리그에서는 울산 이외의 팀을 상상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랬던 김신욱 선수였는데..

2016년 2월 4일, 오피셜이 떴다. 리그의 팬들이라면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최강희 감독님의 끈질긴 구애 끝에 녹색 유니폼을 입은 전북의 김신욱 선수가 된 것이다.

당시 울산팬들은 비난과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지만(유럽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과거 인터뷰를 토대로 리그 내 이적을 택한 선수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사실 나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우리 팀을 제외한 타 팀의 선수 중 가장 좋아하던 선수가 우리 선수가 됐으니 나쁠 이유가 없었다.




2016년 3월 12일 토요일,


리그 개막전, 상대는 FC서울이었다.

김신욱 선수는 개막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3만 명이 넘는 홈팬들의 기대감까지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경기는 후반 15분쯤 까지도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찾아온 전북의 코너킥 기회, 이재성 선수가 왼발로 올려 준 코너킥이 골대 앞에서 혼전 상황이었던 김신욱 선수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됐고, 그렇게 모두가 바라던 '전북' 김신욱 선수의 첫 번째 득점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감격에 겨운 김신욱 선수는 홈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그날의 득점은 그렇게 귀한 결승골이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떠났던 리그 두 번째 원정 경기가 바로 울산전,

김신욱 선수는 그날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상대팀 11명의 선수가 아닌 문수월드컵경기장엔 모인 18,000여 명이 보내는 야유와 싸워야 했다.

마음으로는 보기 좋게 김신욱 선수가 득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결과는 양 팀 모두 무득점에 무승부.

경기가 끝나고 전북의 원정팬들에게 인사를 하던 김신욱 선수에게 우린 더 큰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날들도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이 응원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신욱 선수는 3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잊을 수 없는 영광의 순간들에도 늘 함께 있었다.

후에 선수는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선화'로 팀을 옮기게 됐으며, 2022년 현재엔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라이언 시티'라는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봐도 반가울 김신욱 선수를 내년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선 상대팀으로 한 번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더욱이 내가 제일 가고 싶은 ACL 원정이 싱가포르라고요..)








<배경사진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매거진의 이전글시즌 첫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