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의 이야기

인생 베프의 결혼식

by Honey

나는 흔히들 말하는 '비혼주의'도 '독신주의'도 아니다.

아빠와 함께 하던 시절엔 습관처럼 '큰딸은 스물셋에 결혼하면 되겠다'를 하도 여러 번 말씀하셔서, 나는 그 나이가 되면 턱 하니 신랑이 옆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엄마처럼 스물일곱에 결혼을 할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도 무척이나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때는 결혼을 엄청 빨리 하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나조차도 정확히는 모르겠는 이유(들)로 여전히 나는 혼자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젠 사실 뭐 조금 귀찮기도 하고.


이런 나에겐 혹시나 내가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을까 늘 불철주야 살펴주는 인생의 베프가 하나 있다.

바로 두 살 터울의 여동생.

조카의 말처럼 큰고모가 작은고모보다 크지 않은(?) 덕인지 동생이지만서도 늘 언니처럼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런 '으니씨'는 오히려 예전엔 결혼에 대해 나랑은 반대로 아주 시큰둥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임자를 만났으니..


3년 전 봄,

나는 집 앞의 카페에서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그때 카톡 메시지가 하나 왔다. 무슨 굉장히 사소한 안부인사처럼.

'언니, 나 결혼할까 해'

나는 당장 전화를 걸었다.

"아니, 으니씨, ㅋ ㅋ 무슨 결혼 얘기를 옆집 놀러 가는 것처럼 해?"

당시 여동생에겐 만난 지 몇 개월이 된 남자 친구가 있긴 했지만 결혼 얘기까지 오가는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도 든 생각은 결혼에 시큰둥했던 동생에게 결혼 생각까지 들게 한 미래의 제부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하는 궁금증까지 생겼다.

동생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을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 아니지만,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사람이랑 하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한다. 이게 뭐 운명이지 뭐야......


그렇게 동생은 늦은 가을로 결혼식 날짜를 잡았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까지도 싱숭생숭해지고 있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가 힘들 때 더 들여다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들도 있었고, 그러다 어느새 이렇게 진짜 어른이 돼서 결혼까지 하게 되는구나 하는 대견함도 있었다.

함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제부가 될 사람과 셀프 웨딩 사진을 찍으며 본격적인 결혼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결혼식날, 옅은 펄이 들어간 드레스를 골랐던 으니씨의 모습은 식장의 조명까지 어우러져 정말 여신 같았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그날 하루 가장 많이 떠올린 사람이 있었다. 남동생의 결혼식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빠가 이 모습을 보셨다면 정말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둘째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아빠를 상상해 보니 그 모습이 더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아빠도 분명 보고 계셨을 테지만...




예상처럼 제부는 참 좋은 사람이다.

부부의 상황은 당연히 부부 당사자들끼리만 알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껏 겪어 본 제부는 우리 으니씨를 여전히 아껴주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인형놀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고마운 건 그동안 애 많이 썼을 우리 으니씨 옆에 가장 든든한 짝꿍이 생겼다는 거. 오늘도 행복할 우리 으니씨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한 사람이길 나는 매일 바라는 중이다.


그리고 고마워, 으니씨, 내게도 여전히 가장 가까운 친구로 함께 해줘서.


캡처.PNG 드레스를 고르러 함께 갔던 날, 여러 후보들 중 고민 끝에 선택한 웨딩드레스, 우리 으니씨는 정말 여신이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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