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이야기

에필로그_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by Honey

아빠,

아빠의 계절은 어때요?


이번 추석은 좀 이른 가을에 온 것 같아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것 같다가도 한낮엔 여전히 여름인가 싶기도 한 걸 보면요.

늘 추석 다음날이 아빠의 생일이었던 기억 때문인지 유독 추석이 다가올 즈음에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나곤 해요, 이젠 너무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지만 많은 친척들이 함께 모여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까지도요.

대신 지금은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조카들 덕분에 명절에 웃음이 끊이지는 않고 있답니다.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아빠를 생각하면, 지금의 손주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해 주셨을까가 또 떠올라 많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요, 분명 매일 보고 싶어 안달이 나실 정도로 예뻐해 주셨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궁금한 조카들 손을 잡고는 지난 추석에 아빠를 같이 만나고 오기도 했어요. 아빠도 분명 보고 계셨을 테지만요..


아빠가 없이 맞이한 우리들의 명절이 벌써 스물여섯 해나 됐어요.

지금의 내 나이였던 그 시절의 엄마는 이제 손주를 둘이나 둔 할머니가 됐고,

교복을 입고 교회 종탑 앞에서 사진을 찍던 아빠의 고민거리 큰딸은 (여전히 혼자지만) 엄마의 나이가 됐고,

큰딸보다 더 듬직해진 작은딸은 착한 신랑을 만나 현명한 아내가 됐고,

잘생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큰아들은 세상 제일 사랑스러운 두 딸과 아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 됐고,

일곱 살 누나 등에 업혀 누나의 어깨를 사정없이 깨물던 막내아들은 이제 어엿한 30대 중반의 청년이 됐어요.


어쩌면 모두가 지나온 시간들만큼 자연스럽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빠가 계셨다면 지금 우리들의 일상이 조금은 다른 모습일까?라는 상상도 이따금씩 들곤 했어요.

엄마는 지나온 날들만큼의 고된 노동과 불안 속에 시간을 보내지 않으셨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나는 아빠의 바람대로 일찍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려나..?

우리 으니씨는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 더 멋진 여자가 되어 있을 법도 하고..

큰아들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조카들을 이미 만나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은.. 상처받지 않았을 삶을 살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들이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원망이 된 적은 없어요,

다만, 준비하지 못했던 그 이별에,

그리고 가끔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뜻하지 않게 부딪히는 그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은 지난 시간들과

가끔의 순간들에 느껴지는 그 빈자리가 여전히 그리우면서 아프기도 해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떠난 아빠의 마음까지는 정말 헤아릴 길조차 없지만, 우리들 기억과 삶 속에 여전히 아빠라는 존재가 크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김아빠는 정말 멋진 사람이 틀림없었으니까..




우리 모두의 계절도 끝나는 그날, 아빠를 다시 만나면 꼭 한 가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아빠, 다음 생에도 꼭 아빠 딸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그땐, 더 오랜 시간들을 함께 하기로 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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