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의 이야기

가족사진

by Honey

나는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하고 성인이 된 이후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늘 쉽사리 잠을 이룬 적이 거의 없었고, 한 번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나기 전까지도 몇 번이고 깨다 잠들다를 반복할 정도로 숙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희한하게 잠을 설치면 꿈도 많이 꾼다는 속설이 나에게만큼은 해당되지가 않는 얘기였다.


아빠와의 기억이 희미해질까 싶어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하며 매일을 바라 왔지만, 20여 년이 넘도록 꿈에 나타난 아빠는 정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나에게 지금도 살면서 두고두고 가장 아쉬운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가족사진'.

사진관의 멋진 조명 아래서 찍은 사진은 고사하고 우리 가족 여섯 명이 함께 찍은 사진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우리들의 사진은 참 많이도 찍어 주셨던 아빠셨다.

물론 아빠도 직업상 사진으로 남겨진 아빠의 모습들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 사진들 중에서도 아빠랑 내가 함께 찍힌 사진을 찾는 일마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을 통해서만 그리운 아빠의 모습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나 빨리 우리에게 찾아올 줄 알았다면, 지금을 후회하지 않게 더 많은 모습들을 그때 당시에 함께 남겨둘 수 있었을까? 가능한 늦게 겪을수록 다행인 일을 살면서 미리 준비하기란 사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아빠가 여전히 곁에 계셨다면 일흔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우리들과 함께 하셨을 테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아빠는 마흔여덟의 멋쟁이시다. 지금 아빠의 모습은 어떨까 하고 해마다 상상해 보는 모습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사람은 세상에 또 있을 리가 없을 정도니 '내 평생에 나의 이상형'으로 정말 손색이 없는 김아빠가 확실하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과거 사진들을 합성해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하지만, 왁자지껄 모두가 한데 모여 '하나, 둘, 셋, ' 소리에 맞춰 각자의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이 남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미련까지 버릴 수는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바로 영화 '타이타닉'의 'Make it count'.

'순간을 소중히'라는 이 짧은 대사 하나가 살아오는 내내 스스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지.. 지금도 매 순간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는 이유다.

내일의 우리가 서로 어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는 게 바로 인생이다. 어젯밤에 만났던 아빠를 오늘 밤엔 만나지 못하는 삶이 내 앞에 있을 거라고 단 한 번도 예상해 본 적 없던 것처럼......


그래서 우린 살아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사진 한 장이라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일 수 있겠지만, 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했다는 그 '사소한' 일 조차도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니 말이다..



박보검 배우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지난 시절 가족사진이 없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또 한참을 같이 울었다. 그러고 보면 여러 부분 참 마음이 많이 가는 배우다








이전 09화4월, 이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