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늘 우리의 자리에 있어,

by Honey

2017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혼란과 괴로움 속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맞이한 해였다.

지난 봄의 사건으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했으며(이건 인과응보다), 비판이 아닌 선을 넘는 비난들까지도 매일 마주해야 했다. 최선을 다한 순간들조차 거짓으로 매도당했고, 억울한 일들은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시즌은 다시 또 시작되고 있었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선 'FIFA U-20 월드컵'이 개최가 됐고, 이 대회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사용되면서 2017년 개막전부터 5월까지의 홈경기는 '전주종합경기장'을 사용해야 했다.

개막 후 7라운드까지는 5승 2무의 성적으로 1위 자리를 지키며 꽤 좋은 출발을 보였다.

(물론 바로 직전 FA컵 32강전에서 당시 2부 리그 팀인 '부천FC'를 만나 연장까지 가는 엉망진창 경기를 치르고 승부차기로 패한 바가 있긴 했다. 아, 진짜 이놈의 승부차기......)




2017년 4월 30일 일요일,


광주전 원정경기날,

당시 광주는 하위권에 머무는 팀이었고, 우린 당연히 (1위 팀답게) 기분 좋은 연승을 이어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거리상으로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속하는 원정이었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광주로 향했고, 그렇게 기대 속에 경기는 시작됐다.

그런데 웬걸.. 전반 막판 상대의 코너킥 찬스에서 선제 실점을 허용하더니, 후반 내내 이어진 광주 '윤보상'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여러 번의 공격 찬스들까지 막히면서 승리는 고사하고 동점골도 넣지 못한 채 패배를 하고 말았다.

하긴 뭐, 축구가 내내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

(2017년 막판, 안타깝게도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던 광주는 결국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2017년 5월 3일 수요일, 그리고 석가탄신일,


제주와의 홈경기가 있던 날,

만 명에 가까운 팬들이 전주종합경기장에 모여들었고, 낯선 응원석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돼가던 5월이었다.

당시 제주는 개막 직후 5라운드까지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팀이었고, 6라운드부터 우리와의 순위가 뒤바뀌면서 2위 자리에 내려선 상태였다. 1위와 2위의 싸움이니 그 중요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바,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보니 정말 최상위권 팀들의 경기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일방적으로 우리가 털렸다......

전반이 1:0으로 마무리가 됐을 땐, '뭐 그래 한 골 정도 후반에 따라잡으면 되지'라는 아주 허튼 생각을 했었더랬다.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잠깐의 숨 고르기 후 그렇게 또 내리 실점을 할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결국 우린 제주의 외국인 선수들에게 아주 골고루 실점을 하면서 4:0이라는 믿기 어려운 패배를 했고,

1위 자리까지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연패다..

(4실점 자체도 4년 만에나 생긴 일, 그땐 감독님이 안 계시기라도 했지......)


4골이나 실점하고 나자 응원석의 분위기는 많이 침체되어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과 자세로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일부는 경기장을 벌써부터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응원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계속 응원가를 부르며 서포팅을 했다. 그러려고 그 자리에 있는 거고, 더욱이 이기는 경기만 응원하자고 보는 축구가 아니니까..


최근에 가까운 원정에 함께 동행했던 동생이 그날 경기가 끝나고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누나, 4:0 되니까 뛰는 사람 누나밖에 없던데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이기거나 지거나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의 응원석 앞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탐을 치고 있는 동생의 눈에 그날의 응원석은 아마 많이 안타까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매일 이기는 축구는 없다.

그래도 우리 팀은 꽤 많은 경기를 이기는 편이다.

내가 보는 팀이 이길 때만 응원하는 팬도 없다.

팀이 지더라도, 아님 혹여 강등을 당하더라도 '내 팀'이니까, 그저 그 이유 하나로 우린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선수들이 언제나처럼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그러니 남은 내일도, 이번 주말도 후회 없이 뛰자,

우승은, 못해도 돼, 오롯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히 박수쳐 줄 수 있어,

그렇게 그라운드에서, 우린 우리의 자리에서 서로를 더 믿어주는 그런 시즌으로 마무리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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