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라운드에서 제주에게 잠시 내줬던 1위 자리를 13라운드 수원전에서 다시 찾으며 꾸준히 지켜가는 중이었다. 물론 계속 이기지는 않았다. 두 달 가까이 패하는 경기가 없긴 했지만 7월의 첫 번째 경기로 치렀던 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오랜만에 패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12일 수요일,
사람들의 이른 휴가와 맞물린 아주 시기적절한 제주 원정 경기날이었다.
가을의 그즈음에 제주 원정이 잡혔으면 더 좋았겠지만 올핸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도 전에 두 번의 제주 원정이 이미 잡혀있던 터였다. 해외 원정만큼 제주 원정도 해마다 한 번쯤은 가줘야 아쉽지가 않으니 그렇게 혼자 또 비행기를 타러 대전에서 청주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던 길엔 엄마의 전화도 받았다. 간밤에 꿈에 큰딸이 나왔는데 납치되는 내용이었으니 조심히 잘 다니라는.. (모태신앙의 기독교 집안이지만 엄마들의 마음이란..) 쉬는 날이고 잘 다닐 테니 걱정 마시라 하고 통화를 마쳤다. 아, 물론 제주에 간다는 얘긴 안 했다. 축구 보러 제주에 간다고 하면 지금까지의 가족관계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엄마는 딸의 이런 삶을 모르신다) 그래도 쉬는 날인 건 정말 사실이었다.
날이 좋은 여름이었던지라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제주로 향한 많은 원정팬들이 원정석에 모여들었고, 나 또한 출발은 혼자였지만 도착한 경기장에서 모임의 지인들을 여럿 만나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제주는 시즌 초보다 약간은 주춤한 분위기로 우리 팀과 1~2위를 다투던 초반을 지나 5~6위까지 순위가 내려가기도 했던 시기였다.
지난 주말, 울산을 4:0이라는 스코어로 크게 이긴 뒤 치르는 원정 경기였기에 모두의 기대감 속에 경기가 시작됐다. 단, (지금은 세계적 괴물이 된) 당시 신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김민재'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이날의 경기에는 출전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선수 한 명으로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희한하게 이 즈음 제주만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우리였다.
경기도 전반에만 내리 두 골을 실점하다가 바로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그대로 최종 스코어도 1:2로 끝나면서 결국 제주에게 또 패배를 하고 말았다. (약속의 땅인데 이러기 있냐......)
그래도 시즌 중반이었고, 그래 뭐 경기는 이길수도 질 수도 있는 거니까,
경기가 끝나고는 하룻밤 축구만 보러 온 제주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보내긴 아쉬우니 모임 사람들과 뒤풀이를 함께 했다. 경기를 이기고 가지는 자리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움은 얼른 넣어두는 걸로 하고..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 정도는 먹어줘야 한다면서 모두들 신나게 젓가락질을 해댔고, 매콤 짭짤한 찌개로 마무리까지 지으며, 비록 경기는 졌지만 저녁식사만큼은 완벽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하루 보내는 제주가 그냥 잠들기에도 너무 아쉬워 호텔로 돌아와서는 맥주를 한 캔 혼자 시원하게 마셔주는 걸로 기분을 달랬다(알쓰라 한 캔이면 충분함). 경기만 이겼으면 정말 모든 게 완벽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제주야, 이렇게는 서운하니까 우리가 우승할 때쯤(?) 그때, 꼭 다시 만나자, 진짜, 꼭!
우린 가을에 만나야 더 반가운 사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