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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Aug 29. 2021

사짜 경험기

지난 한두 달 사이에 겪은, 참으로 스펙타클한 경험.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일일이 다 적기엔 기가 빨릴 듯하고, 

핵심만 간단히 요약해 정리해볼까 한다. 

써내려갈 생각을 하니, 또 다시 기가 빨리려 하네.


세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 여자로부터 공동대표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수락, 합류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퇴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내가 그녀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합류 전후로 톡이 심하게 안 되더라고. 

헌데, 메일도 점점 체크를 안 하대. 

통화는 뭐, 지금껏 한 두 번 해봤나. 

그것도 언제나 항상 내가 먼저 했지.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다나 뭐라나. 

그런데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안 되더라고. 

사람을 거의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 정도로.


인간적으로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레퍼런스 체크를 꽤 꼼꼼히 해... 

보려고 했으나 뭐, 꼼꼼히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이 처음부터 소개한, 

자신이 몸담고 있다고 한 □□홀딩스의 대표와 접선, 

가볍게 체크를 해본 바, 모든 게 뻥이었던 게지. 

□□홀딩스의 계열사의 COO니, 최대주주니, 전부 다. 사짜였던 거야. 

명함도 자기 멋대로 파서(처음에 보고 디자인이 지독하게 구려서 

속으로 ‘이거 진짜 명함 맞나’ 했음) 뿌리고 다닌 거지. 

본인이 사문서위조변조죄, 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1도 모르는 듯하더라고. 


그런데, 해지 통보를 하고 나서 곰곰이 복기를 해본 바, 

이게 생각하면 할수록 적잖이 ‘빡’이 돌대? 

내 성격상 어딘가에 합류하기로 결정을 내리면 

입사하기 몇 주 전부터 R&R 차원에서 내가 하게 될 일들의 

많은 부분을 미리 메이드해놓는 성격이라, 

이번의 경우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내가 영입됐던 거다 보니 내가 맡을 여러 가지 역할 중 

브랜딩의 경우 회사명을 포함해 대표색, CI, 명함 등의 

작업을 전부 끝마쳐 놓았거든. 그것도 출근 전에, 전부 다. 

그런데 웬걸. 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났던 거네? 

빡이 돈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던 게지. 

내가 해온 일들이 아까워서 말이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각설하고.


비록 열흘이긴 하나, 급여 지급은 정상적으로 이행하라고 했고 

그간 작업한 결과물은 언제든지 전달 & 인수인계 가능하다고 했으며, 

급여 지급과 관련해선 내 신상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자료는 

절대 당신에게 넘길 생각이 없는 만큼, 

알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어. 방법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보내고 나서 또 열흘이 지났는데, 

톡이며 메일이며 확인을 안 하고 있네. 

뭐, fine with me. 

딱 한 달이 지나면 내용증명을 보낼 거니. 

사칭+기망 관련 내역을 모두 캡처, 

깔끔히 정리해 증거로 보관 중이니, 

just be aware that your ass is mine.


결론. 두 눈 부릅뜨고, 성실하게 살자. 


덧. "너답지 않게 왜 계약하기 전에 레퍼런스 체크를 안 했냐"라고

한 주변 지인들이 꽤 있었는데, 이유는 pretty simple. 

원래 내 목표가 올해 중반기까지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는 거였거든. 

그런데 그 목표가 원래의 예상보다 좀 딜레이가 됐어. 

나의 완벽주의 성향상 나도 모르게 좀 조바심이 났었나 봐. 

그런 상황에서 원래 받는 연봉 수준에 부합되는 수준의 대우에, 

맡게 될 역할 등 모든 게 시의적절하게 딱딱딱 들어맞았던 게지. 

그러니 어땠겠어? 가드가 내려갔던 거야, 그때. 뭐, 자업자득인 게지. 


덧덧.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는 걸 예방 & warn하기 위해 공유하자면, 

이 작자의 이름은 전세□. 정확한 나이, 출신, 학력, 경력 모두 불분명.

배경 자체가 퀘스천 마크. 상대하는 사람마다 자신을 다르게 소개하는 것 같음. 

다만, 자신이 정재계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느니, 

여기저기에서 스카웃 제안을 해왔다느니, 

10(이 숫자, 엄청 좋아함)억을 들여 어떤 기업을 인수했다느니 

등등의 헛소리를 하는데, 이건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들려주는 레퍼토리인 것 같음. 

말할 때 살짝 사투리인지 연변 말투인지를 쓰고, 

사진과 실물이 아예 그냥 딴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사진만 보면, 하도 뽀샵질을 해대서 20대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그냥 아줌씨임), 키는 작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덤벙댐. 

기면증이 있다고는 하나, I doubt it. 

그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기제로 활용하는 made-up story로 보임. 

라이브 커머스, 미디어, 플랫폼, 인플루언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떠들고 다님. 

헌데 흥미롭게도, 플랫폼의 정확한 정의조차 모름. 

주로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듯함. 

아무쪼록,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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