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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Mar 31. 2017

부모의 품격 | 아이는 당신이 보여주는 세계만큼 자란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 | 프롤로그 저자 원문

#1


여러분, 혹시 버거킹에 가본 적 있나요? 대부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가봤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계산대 옆, 벽에 걸려 있는 문구를 단 한 번이라도 쳐다본 적은요? 얼핏 본 것 같기도 한데, 가물가물하지요? 아마 제대로, 자세히 본 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귀찮게도, 영어로 쓰여 있거든요.


딱 1년 전의 일입니다. 밤늦게까지 일하던 중 배가 너무 고파 집 앞에 있는 버거킹에 잠시 들렀습니다. 보통 때와는 달리 안이 상당히 한산했던 편이라, 할 일도 없고 해서 계산대 옆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계산대 옆의 벽을, 스쳐지나가듯 살펴보게 됐지요. 벽에 웬 문구가 하나 걸려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상단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HAVE IT YOUR WAY. 직역하면 ‘네 멋(마음, 방식)대로 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이지요. 그 밑에 적혀 있는 내용도 한번 번역해보겠습니다.


너에겐 정확히 네가 원할 때,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질 권리가 있어.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메뉴판을 보면,

네가 바로 ‘오늘의 스페셜’이기 때문이야.

내일도 그렇고, 모레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버거계의) 왕이지만,

너는 (네 인생의) 절대적인 지배자라고. 


이날 이 문구를 읽어나가면서 경험한 서늘한 닭살돋움을 저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더군요. 나는 그 동안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욕구와 욕망대로 마음껏 살아왔던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내 의지로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왔던가.


이상하게도 “응”이라는 대답이 자신 있게 나오지 않더군요. 생각을 골똘히 해봐야 했습니다. 마음이 찜찜해졌지요. 대답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생각을,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었던가, 이런 되짚음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위의 번역된 내용을 다시 한번 쭉 읽어 내려가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그 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는가. 내 인생의 지배자로서, 내 욕구와 의지를 온전히 담아 주도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살아왔는가. 


#2


잠깐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기, 두 대의 태블릿PC가 있습니다. 하나는 애플의 야심작 아이패드, 또 하나는 삼성전자의 비밀병기 갤럭시 탭. 여러분은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 둘 중 어떤 제품에 구미가 당기는지요? 물론 ‘애플빠’도 있을 테고 ‘삼성빠’도 있을 테니, 상황을 좀 더 객관화시켜 보여드리겠습니다. 양사에서 론칭했던 TV CF를 한번 볼까요. 우선 갤럭시 탭입니다.


10.1을 Tab. 

크기에 도전하다. [더 커진 10.1 디스플레이 Tab]

가벼움으로 진화하다. [더 가벼워진 575g Tab]

슬림함으로 승부하다. [더 슬림해진 8.6mm Tab]

속도로 압도하다. [더 빨라진 HSPA+ Tab]

앞서가고 싶다면 Tab하라. [How to live SMART]

갤럭시 Tab 10.1.

-삼성전자 『갤럭시 Tab 10.1』 CF, 「도전·진화·승부·압도」 편


다음으로, 아이패드입니다.


이제 우리는 신문을 시청할 수 있고,

잡지를 들을 수 있으며,

영화와 함께 뒹굴고,

통화를  수 있습니다.

강의실을 어디에나 데려가고,

서재를 통째로 휴대하고,

별을 만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것으로 인해.

-애플 『iPad2』 CF


자,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 둘 중 어떤 제품에 더 관심이 가나요? 왜 그런가요?


만약에 말입니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를 ‘제품’이 아닌 ‘사람’으로 비유해본다면, 하여 두 제품에 대한 소개가 실은 하나의 길,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둘 중 어떤 사람에게 더 끌리는지요?


결국 여기에서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대두됩니다. 여러분 자신은 그 동안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광고 속의 두 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삶의 방향성’이라면 그동안 어느 쪽 삶을, 어떠한 삶을 살아오셨는지요.


#3


저는 어릴 적 미국 동부에 있는 뉴 저지(New Jersey) 주에서 살다왔습니다. 한국에 온지도 어언 햇수로 29년이 지나가고 있는데요. 비록 시간은 상당히 많이 흘렀지만, 그리고 어릴 때의 기억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한 가지, 제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영어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What do you think?


이것은 때때로 다음과 같이 쓰이기도 하지요.


What is your opinion?

What are your thoughts?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생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표현입니다. 직역하면 ‘너의 생각은 뭐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지요. 이 외에도 "It's OK(alright)." 등 자주 들어온 표현들이 여럿 있지만 위의 표현만큼 제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표현은 없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중·고·대학생 시절을 거쳐 사회에 나온 후 지금까지, 유독 이 표현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 꿈, 욕구∙욕망을 주도적으로 드러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지요.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특히 중·고등학생 시절 때는 아예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국에서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5  +  3 = 

 +  = 8

     

단적인 예이긴 합니다만, 교육 방식 혹은 교육의 지향점을 위와 같이 비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두 가지 등식 중 전자가 그 동안 한국이 지향해온 교육 방식이라면, 후자는 교육 선진국들이 지향해온 교육 방식입니다. 성급한 일반화로 느낄 분들도 있겠지만, 아울러 씁쓸한 건 둘째 치고 크게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온 우리나라의 교육 덕분에 우리는 삶의 자주성과 주도성을 조금씩 잃어온 건 아닐까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이 주변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남들이 추구하는 길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아예 처음부터 그 싹을 잘라버리도록 훈련되어온 건 아닐까요.


#4


서설이 길었습니다. 이미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야기가 제가 이 책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이유이자 사실상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 정확히 말해 ‘본질’입니다.


그 동안 여러분에게 던진 질문들에 대한 여러분의 대답 속에, 바로 그 생각 속에 이미 여러분이 여러분의 자식을 어떻게 키워왔고 앞으로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아울러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내 아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이 책에 참여한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이 이어받아 본인들의 경험이 뒷받침된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여러분에게 던지게 될 겁니다. 좀 더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무엇보다도 좀 더 와 닿도록 말이지요.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이 아이를 기른다는 것,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되돌아보고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책은 이미 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딱 하나, 이 책을 좀 더 유의미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팁을 마지막으로 드려볼까 합니다.


① Back to Basics, 기본으로 돌아가라


모든 것은 정의(定義)를 내리는 것에서 시작되지요. 간단히 정의를 한번 해봅시다. 여러분은 누구인가요? 어떤 사람이냐는 겁니다. 자신을 어떤 부모라고 생각하세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또한 부모로서의 자신을 한번 정의해보세요. 


자, 이번엔 반대로 해볼까요. 아이와 같이 얘기를 나눠보는 겁니다.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너는 누구니?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는 나를 어떻게(어떤 부모라고) 생각하니? 아이가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그리고 부모로서의 여러분을 정의해볼 수 있는 기회를 함께 가져보는 겁니다.


② 창조적인 사람은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두고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할까요. 창조적인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요. 머리가 번뜩이는(잘 굴러가는) 사람,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할까요. 창조적인 사람을 쉽게 정의해보자면 이렇게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의 말을 듣는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창조적인 사람은 소위 말해 양다리를 걸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유연하고 열려 있지요. 적어도 이 사람에겐 세상에 정해져 있는 정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가능성에 관대한 편이지요. 다만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경청하되, 반드시 나라는 필터를 거친 후에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듣고 보니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얘기는 아니지요?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큼은 여러분 모두가 그런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로서의 여러분 자신을 위해,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그토록 사랑하는, 여러분의 아이를 위해.


굿 럭.



고백하건대 이 책은 자식을 키우고 있는 한국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께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들이 적지 않기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오랜 기간 실제로 자녀를 길러본 분들 중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온, 하여 다방면으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적절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교육에 있어서 연륜이나 내공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이 책을 해외의 석학∙리더들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한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석학∙리더들과의 컬래버레이션 기획작들을 통틀어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는 내내, 그중에서도 특히 저와 절친한 석학∙리더들과는 이메일뿐 아니라 화상 채팅과 통화로도 장시간 동안 자녀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 얕은 경험치에 의거해 감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해외(특히 미국)의 교육환경과 시스템,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 단정을 지을 순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데 반해, 교육 방법과 교육 원칙 등 자녀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철학, 접근법 등을 보면 되짚어봐야 할 지점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는 것.  


저는 이 책을 진행하는 내내 단 하나의 바람을 갖고 임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지옥과 교육 시스템은 잠시 내려놓고, 적어도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를 최소한 이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방향으로 가르치는 게 온당하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라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부모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의 마음속에 ‘내 아이를 제대로, 전력과 진심을 다해 잘 기르고 싶다’는 초심(初心)을 환기하고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그 바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2017년 3월 

Talent Lab 서재에서

허병민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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