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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May 13. 2017

단 하나의 질문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 프롤로그 저자 원문

1_ 의문을 갖는다는 것


2014년 1월 8일, 사당역 1번 출구 앞 한 떡볶이 포장마차. 제가 분식, 특히 떡볶이 쪽으로 최고 미식가인 한 절친이 추천해준 이곳을 방문한 날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취급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안 가볼 수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워낙 호기심 천국이기에 메모해뒀다 바로 다음날 저녁에 찾아가봤습니다. 이런 곳이더군요.



뒷이야기입니다만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한 분께 무릎 꿇고 절을 올릴 뻔했습니다. 머리에 번개를 맞는 것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체 뭘 봤기에? 사진을 한번 자세히 봐주실는지요.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있나요? 육안 상으로 별로 특별한 건 없어 보이지요? 보이시는 그대로 왼쪽에 계신 할아버지께서는 떡볶이 담당이신지 떡을 찾고 계시고 오른쪽에 계신 아저씨께서는 닭꼬치를 냅킨으로 말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오른쪽 아저씨를 본 순간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제가 본 것은, 다름 아닌 이분의 두 눈(eyes)입니다. 정확히 말해 저는 이분의 닭꼬치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 거기에서 나오는 강렬한 ‘눈빛’을 본 겁니다. 이런 느낌이었달까요? 한 아기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들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아기 엄마들은 보통 어떤 자세로 아기를 들고 있나요. 또 어떤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는지요.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세심한 정성이 깃든 자세와 눈빛일 겁니다. 제가 이분을 보면서 놀란 이유는, 그가 닭꼬치를 돌릴 때 그의 눈빛에서 아기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바라볼 때의 애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잘 데워지고 있나.’ ‘저 아이, 혹시 타고 있는 건 아닐까.’ ‘얘는 소스가 잘 발라져 있나.’ ‘어느 정도로 발라주는 게 적당할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눈에 불을 켜고, 신중하게 닭꼬치를 돌리고 계시더군요.


여러분, 닭꼬치 하나가 보통 얼마 정도 하나요? 대략 1,000원에서 2,000원 정도 합니다. 1,000원짜리 닭꼬치를 미치도록 세심한 눈빛으로 돌리고 있는 그를 보면서 어쩌면 그에겐 닭꼬치 하나의 가격이 1,000원이 아니라 1,000억의 가치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과거에 직장에서 일하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그때 나는 과연 어떤 눈빛으로 동료를, 클라이언트를, 내 일을 바라보았던 걸까. 또 직장에서 나온 후 지금은 작가로서 생활하면서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문장 하나하나를 어떤 눈빛으로 대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진심으로, 가슴 떨릴 만큼 사랑하고 있나. 갑자기 이런 생각의 파편들이 제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가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주변 사람들을, 하고 계신 일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신지요. 쉽게 말해 이런 겁니다. 여러분은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학교로) 갈 준비를 하면서 설렘 가득한 가슴 떨림을 느끼시나요? 빨리 출근하고(등교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시는지요. 세수고 식사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빨리 자리에 앉아 일거리에(공부거리에) 파묻히고 싶습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을 던져봐주세요.

 

2_ 의문이 없는 곳에는, 문제도 없다


우리는 매일 자신 앞에 놓인 여러 가지 문제들과 부딪치면서 그동안 쌓아온 자기만의 내공과 노하우로 그 문제들을 열심히 해결합니다. 비록 오래 산 건 아닙니다만 제 삶을 돌이켜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의문’을 갖고 있느냐, 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의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의문인지, 내가 그 의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결국 관건인 듯합니다. 이런 느낌이겠지요.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한다면 혹 결과가 달라질까? 왜 달라질까. 또 어떻게 달라질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 뭘까?‘ 우리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러한 의문을 느끼지 않는다면, 설사 문제를 푼다 한들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게 과연 맞을까요?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쳇바퀴 돌 듯,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3_ 질문 안에, 인생 있다


“당신의 실수는 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줬을까?”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 분)이 오대수(최민식 분)에게 했던 말입니다.


다소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하루하루 자신의 인생을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어떠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을까요? 자신에게 ‘제대로 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오늘과 1년 전의 오늘(심지어는 5년 전, 10년 전의 오늘)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다르다면 좋은 쪽으로 달라졌나요, 아니면 안 좋은 쪽으로 달라졌나요? 만약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자신이 매일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비슷한 대답을 내놓기를 반복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정녕 우리가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소위 ‘맞는’ 질문들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시작은 ‘인생에 대해 스스로에게 꼭 던져봐야 하는 질문’, 바로 이러한 화두를 저를 포함해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던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런데 워낙 소재나 주제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해 저 혼자 이것을 다루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의 지원군을 소환(?),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총 90명의 세계적인 석학 및 구루들이 이 책을 풀어간 실질적인 주인공들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한 일은 딱 하나, 이들에게 조금은 색다른 관점의 질문을 던진 것뿐입니다.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거나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문을 하나만 던져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질문을 던지겠는가?


보통 질문에는 대답을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마련인데, 저는 그러한 상식적인 접근을 버리고 마치 바통 터치하듯 이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해보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물론 여기에 몇 가지 단서를 달았지요.


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같이 소위 거시적인 측면의 소재들을 다루지 말 것.

    대신 사람들이 본인이 던지는 질문을 자신의 생활에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일(직업)이나 돈, 열정 등 개인적인+미시적인 측면의 소재들을 다룰 것.

② 질문은 가급적 구체적으로 할 것.

③ 예/아니오 식의 대답이 나오는 질문은 피할 것.

④ 질문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이나 일화 등

    자기만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공유할 것.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4_ 인생에 대한 예의


어릴 적 유치원생이었을 때로 잠깐 돌아가 볼까요. 선생님이 무언가에 대해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 나왔다고 칩시다. 우리는 그때 선생님 앞에서 어떠한 행동을 취했었나요.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질문을 했을 겁니다. 손을 들었겠지요. 물음표를 거침없이 날렸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모르는 게 생기면 어린 아이였던 그때처럼,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상대에게 질문을 자유롭게 던지나요.


흥미롭게도 사회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유치원생 때부터 지금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가 물음표를 얼마나 많이 던져왔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모르는 게 있어도 그냥 모른 채 넘어가는 행동을 습관화해오지 않았던가요? 물론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남과의 관계, 즉 주변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걸 모른다고 하면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볼까.’ ‘혹시 나를 업신여기진 않을까.’ ‘내가 그래도 스펙(직급)이 이 정도인데, 모른다고 할 수야 없지.’ 결국 자존심 때문에 질문하는 걸 피하게 되고, 질문하지 않은 결과 얻는 무지(無知)는 부메랑처럼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메커니즘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쳐온 것 같습니다. 너무나 간단한 단 두 단어 ‘잘 모르겠습니다’에 문제를 푸는 열쇠가 숨어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질문을 합시다. 정정당당하게 내 인생에 질문을 던집시다. 이우진의 말을 우회적으로 인용하자면 기왕에 하는 것, ‘맞는’ 질문을 던져보기로 합시다.


여러분은 지금, 자신이 희망해온 인생을 살고 계신가요. 남들보다 혹은 과거의 삶에 비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매일매일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 속에서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어떠한 질문들을 날리고 계시는지요.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는 총 90개의 질문들이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것이, 단 몇 개의 질문들로 바뀔 수 있을 만큼 간단하거나 가벼운 것이 아니니까요. 허나 이 질문들 중 단 하나의 질문만이라도 여러분께 인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지 그 팁을 던져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Be stupid.


끝으로 이 책을 좀 더 알차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까 합니다.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 옛날 철부지 바보 유치원생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머리를 깔끔히 비우시고 ‘나는 아는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겁니다. 제가 닭꼬치 장수의 눈빛을 보면서 느꼈던 그날의 그 마음처럼, 진심으로 바라건대 이 시간이 여러분께 행복한 설렘의 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6월

Talent Lab 서재에서

허병민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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