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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Jun 23. 2017

[1998] 내가 만약,  가수활동을 다시 한다면

5월은 대학 축제의 달.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니 후배들과의 인연의 끈도

조금씩 헐거워지고, 그에 따라 점점 불러주는 후배도 없고 해서

부득불 모교 아카라카며 고대 입실렌티며, 각 대학에 온

가수들의 영상을 유튜브로 감상.

자연히 가수활동을 했던 1998-1999년이 떠오르더라.



언젠가 내가 팀 리더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형, 전 방송활동에 크게 욕심 없어요.

그런데 대학 축제, 특히 저희 학교

노천극장에 서는 것만큼은 욕심이 나요."


이 말이 얼마나 허황된 얘기인지 뒤늦게 알게 됐다.

햇수로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지만,

노천극장에 서는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함 그 차제다.

당시 우리 같은, 인기로 치면 그냥저냥, so-so였던 가수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무대다. 뭐, 돈 많은 학교의 총학생회가

라인업을 대충 짤리도 없고. 또래 학생들에게 자기네들의

'수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더더욱.

그것 때문에 돈 잔치니 뭐니, 조폭이 개입돼 있네 마네,

얘기가 참 많았지. 암튼.


솔직히 당시 휴학도 안 한(정확히 말해 안 한 게 아니라

팀 리더가 못하게 했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자면서,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가수가 돼야 한다며 휴학을 막았다.)

상태에서 새벽엔 앨범을 녹음하고 오전/오후엔 학교에 가고,

자주는 아니었지만 방송 출연에, 소극장 공연에,

간간이 들어오는 이런저런 출연 요청 등.

스스로 선택한 거지만, 사실 100% 즐겁지만은 않았다.

피로의 연속이었으니까. 거의 맨날 파김치였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때 그 즐겁지만 힘들었던 시기를

나름 잘 보낼 수 있었던 건 딱 하나,

대학 축제 참가에 대한 목표의식 때문이다.

멤버들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보다도 대학(특히 여대) 축제에 초대돼

공연하는 게 내 활동의 목표였다. ^^;

팀 리더에게 노천극장에 서는 얘기를 포함,

대학 축제에 참가하고 싶다는 얘기를

꽤 여러 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쉽게도 단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하고 활동을 정리했다.

이것이 가수활동과 관련해

지금까지 유일하게 후회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만약 내가 가수활동을 다시 하게 된다면

꼭 대학 축제에 초대받아 공연해보고 싶다.

뭐,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인기와 인지도를

팍팍 올려놓아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우리의 노래라도 계속 들으면서

그때를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마음의 준비를 해나가야겠다.

그룹이 해산될 당시 서로 그런 얘기를 했었다.

나중에 각자 자리를 잡으면 다시 뭉치자고.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건 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팀 리더는 현재 한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

멤버 A는 성형외과 의사, 홍일점을 포함한 나머지 멤버들은

연락 두절이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참에 아예 솔로로 나가볼까.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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