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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Jun 24. 2019

면 |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자신을 가르치는 진정한 방법은 

모든 일에 의문을 제기해보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회피하지 말고, 

날카로운 비판의 눈으로 엄밀하게 조사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사상이건 다른 사람의 학설이건 

쉽게 받아들이지 말 것이며, 

사상의 오류나 모순, 혼란을 알고서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거리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종류의 능력(외국어, 발표력, 보고서 작성능력 등)을 키울 수 있을까 등 다들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결국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여러분이 1년 안에 직장생활을 때려치울 목적으로 회사에 입사한 것이 아닌 이상, 이 문제는 여러분이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자기만의 열정과 목표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가지각색의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자신감과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등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단순히 ‘남보다 앞서나가는 것’하고만 관련된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남과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지요. 남보다 앞서나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또 다른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혜성처럼 갑자기 혹은 실력을 차근차근 키워 여러분 앞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여러분보다 더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여러분이 현재 갖고 있는 능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남보다 더 잘났고 뛰어나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됩니다.


회사 내에서 비중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남이 절대로 뛰어넘을 수도 없고, 대신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 넣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물론 여러분은 영어 실력, 보고서 작성 능력, 발표력․협상력 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의 다양한 ‘비장의 무기’들을 물불 안 가리고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이러한 사항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건이 되었습니다. 생존경쟁을 버텨내기 위한 당연한 요건이 된 거지요. 결국 스스로를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능력들이 투자된 시간에 비례해 얼마만큼 요긴하게 업무에 바로바로 활용되던가요? 만약 그것이 바로바로 투입돼 적용되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동시에 한번 주위를 둘러보세요. 여러분이 이런저런 능력들을 쌓는 동안 옆에 있는 사람들은 손 놓고 가만히 있던가요? 여러분과 똑같은 욕구와 욕망, 비슷한 목적을 갖고 여러분처럼 열심히 달리고 있진 않나요? 


자, 어떤가요? 실용성, 차별성, 희소성 세 가지 요소 다 조금씩 부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 하나의 틈새를 찾아야 하는데, 저는 그 틈새가 바로 다름 아닌 ‘일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회사 자체의 규모나 산업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일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보면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① 톱다운(top-down) 전달 체계

② 제안보다는 공유 중심의 업무진행


우선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CEO가 아닌 이상 이 두 가지는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여러분이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의 대부분은 회사의 경영층의 진두지휘 하에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고, 사실상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이들의 ‘마법의 지팡이’에 의해 정해진 계획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팀과 소속 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전파되고 있지요.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각 구성원이 맡고 있는 일의 분야와 영역은 확실하게 경계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 끼어들 틈은 전혀 없습니다.


[요리 가이드라인 #1]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사유 방식 및 관점이 각자의 재검토 없이 그저 전수받은 것이라면 거기에는 이미 오류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


이러한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게 바로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요상한 괴물입니다. 다들 몸을 사리면서 자기에게 맡겨진 일 말고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으려 하고, 동시에 어떠한 위험도 무릎 쓰려고 하지 않는 거지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풍경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판을 엎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그 판 안에서 ‘노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볼 수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에서 전달한 업무의 내용과 틀, 방향성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실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면, 실행한 후 결과보고를 통해 다 함께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면, 앞으로는 실행의 전 단계에서 긍정적인 ‘딴지’를 걸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 그대로 암기하고 복사하듯 일을 처리해나갈 게 아니라, 가정법 'If(만약)'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거지요. 다시 말해 어미 ‘-면(‘-다면’ ‘-라면’ 등 다 포함)‘을 치열하게 이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새로운 각도와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는 겁니다. 혹시 간과하거나 놓친 건 없는지, 잘못된 건 없는지, 의심을 가져볼 부분은 없는지 등 다각도로 점검해보는 거지요. 다음이 몇 가지 간단한 예입니다.


① 내가 팀장(임원, CEO)의 자리에 있다면 지금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처리할까? 나와는 어떤 면에서 다를까? 나는 그의 방식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② 이 일을 기존의 방법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보면 어떨까? 어떤 방식이 현재의 상황에 

    가장 부합하고 가장 시의적절할까? 이것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어떠한 

    방식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③ 내가 아니라면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처리되고 진행될까?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오로지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인가? 주변의 도움은 필요한가, 필요 없는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

④ 내가 지금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왜 해야 하는 걸까? 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는가? 또한 하지 말아야 한다면, 왜 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다른 대안들은 있는가? 

⑤ 어떻게 하면 기존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맡은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지금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바꿔야 하는가? 어느 쪽이 최적의 선택인가?

    왜 그런가?


선례에 얽매이면 딱 선례만큼의 결과만 얻게 됩니다. 그 이상을 생각해도 실제로 그 이상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그 이상은 고려조차 안 하니 그 이상이 튀어나올 리가 없지요. 선례를 깨는 것은 아주 살짝 삐뚤어진, 하지만 지극히 철저하고 냉철한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해왔으니까 당연히 이렇게 하는 거고, 이런 게 좋다고 하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등 기존의 경험과 주변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참고 자료이지 불변의 법칙이나 원칙 따위는 아니니까요.


[요리 가이드라인 #2] 한 번에 대여섯 번 연속해서 “왜?”냐고 물어보면 복잡한 것들이 어떻게 단순화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세스 고딘


위의 몇 가지 예에서 우리가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상대방의 입장(standpoint)에 대한 고려입니다. 여러분이 1인 기업의 대표라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의 포커스를 오로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맞추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다 현재 회사 내의 개별적인 팀에 소속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그 안에 직급상 여러분보다 위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래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는 윗사람의 경우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 거기에서 비롯되는 선견지명을, 아랫사람의 경우 그들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신선함, 거기에서 비롯되는 도전과 혁신 마인드를 뺏어오세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질문 과정을 통해 다른 구성원과 다른 팀의 상황과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태도를 습득하도록 노력해보세요. 이 기회를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자세를 길러보는 겁니다.      


이쯤에서 드는 한 가지 우려를 말씀드리자면, 가정법(만약에-라면)을 이용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해서 이것을 일종의 기발한 독창성이나 창조성과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치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회용 해법을 찾으려는 것처럼 말이지요. 여러분은 작가도 광고회사‧게임회사 직원도 아닙니다. 본질은 어디까지나 지금 여러분에게 주어진 업무와 그것의 주변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좀 더 정확히 제대로 파악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듯이 연수 채워 때가 되면 승진하고 남과 큰 마찰 없이 편한 직장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남과 똑같은 수준으로, 똑같은 방법과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대신에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포기해야겠지요. 


제 말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존에 회사 내에서 선배들이나 동료들이 쌓아놓은 업적이나 경험들을 모조리 다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참고는 하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스스로, 자기의 힘으로 마음속으로 건설적인 대립을 시도해보라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안 될까, 왜 안 될까, 저 사람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왜 없나, 있다면 뭐가 달라지지…” 이러한 가정법을 활용한 질문들을 스스로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분의 업무는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니, 더 현실적으로 말해서 여러분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회사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점점 더 냉혹해지고 냉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요리 가이드라인 #3]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해답을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문제에 부딪치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해답을 모색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에 겐이치


일을 하는 동안은 가정법이 담긴 질문을 쉼 없이 스스로에게 던지세요. 물론 때때로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닌 엉뚱하고 이상한 질문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질문들을 뽑아내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통해 해답을 발견하고, 그 중에서 새롭고 알찬 내용을 흡수하고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업무에 적용하는 것, 여기에 바로 여러분이 추구해야 하는 업그레이드의 핵심이 놓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돈이 전혀 들지 않는 무비용‧고효율의 자기 업그레이드 전략 아닌지요? 


명셰프의 30초 요리팁 |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은 ‘왜’입니다. ‘이건 왜 그렇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우리가 왜 지금 이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세요. 선례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게 좋다니까 이렇게 해야 된다는 식의 생각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해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말에 매여 있는 것 같아요. 역으로 생각하면 그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곤 다 해도 되는 거잖아요.”

     

『닥터쿡, 직장을 요리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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