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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Dec 22. 2020

[면] 명셰프 소개

Andrew Grove | 前 Intel 회장

* 이 글을 읽기에 앞서 다음의 꼭지를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서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면 |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https://u.nu/n4lx-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 그것은 ‘자기만족’을 경계하는 자세와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편견과 맞붙는 행동이기도 하지요. 인텔의 전설적인 CEO인 앤디 그로브(Andrew Grove)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중요한 원칙을 알려줍니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치면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이 말은 결국 기존의 생각이나 관념이 새로운 문제를 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지요.  


CEO가 되기 전 인텔의 2인자였던 앤디는 당시 CEO를 맡고 있던 고든 무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일 주주들이 우리를 내쫓고 새로운 경영진을 들여온다면, 새 경영진은 무엇을 할 거라고 봅니까?” 고든이 대답했습니다. “회사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것을 싹 바꿔놓겠지.” 그 말을 들은 앤디는 “그럼 우리가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말한 것을 그대로 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했지요.


앤디는 그의 저서 『편집광만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에 등장하는 ‘편집광’이라는 용어를 통해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을 강조합니다.


편집광은 계속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는 최악의 경우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정신착란증에 걸린 것처럼, 초긴장 상태로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이긴다.


그는 항상 모든 직원들에게 ‘혹시 뭔가를 빠뜨리진 않았는지, 혹시 고객(외부고객뿐 아니라 내부고객까지도)에게 서비스를 더 제공할 부분은 없는지, 혹시 내가 병목현상의 골치 덩어리는 아닌지’ 등을 편집광처럼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결국 한 가지 문제에 천착해서 완벽하게 해결이 될 때까지 끝까지 다각도로 파고들면서, 여러 가지 부수적인 상황을 조사하고 고민하고 검토해나가라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의 밑바닥에는 ‘일이 한 번 잘못되기 시작하면 계속 어그러질 수도 있다. 이 때 지독한 열정으로 집착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굳이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아가면서 노이로제 환자인 양 질문에 질문을 거듭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잠재적인 가능성과 다양한 대안들을 위해 두뇌를 계속 열어둘 필요는 분명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다르고, 좀 더 열려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자기만의 시선이 담긴 가정의 칼날을 세우길 바랍니다. 그것이 녹아있는 가지각색의 고민어린 질문들을 풀어나가는 것, 여기에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남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의 길이 있지 않을까요?



[Did You Know?] 앤디 그로브, 그도 천재 이전에 ‘인간’이었다


사실 앤디 그로브가 경영의 귀재이자 세계적인 CEO로 추앙받고 있긴 합니다만, 동시에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긴 하지요. 자신의 천재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치르게 되는 일종의 ‘잘난세(稅)‘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앤디 그로브가 인텔의 미래를 막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비즈니스 전략이론의 대가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버겔먼(Robert Burgelman)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전략은 운명이다: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통해 “편집광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잠재적 위협’을 걱정합니다. 그러다 보면 ‘잠재적 기회’에 주의를 못 기울이게 되죠.”라고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줍니다. 다음은 인텔이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 시스템즈’를 2억 달러에 인수할 기회를 차버렸을 때 그와 앤디 그로브가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버겔먼: 왜 초기에 네트워킹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못했나?

그로브: 그 일을 맡고 있던 고위 임원이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버겔먼: 왜 그랬을까?

그로브: 나는 ‘매우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까

             대부분 틀렸다’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앤디도 기존의 주력 분야에선 옳을 수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편집증 환자’ 앤디 그로브도 이러한 지극히 인간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왠지 마음이 한결 놓이는 건 저뿐인가요?


『닥터쿡, 직장을 요리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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