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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Dec 27. 2019

디자인 경영에서 디자인 데이터의 시대로

디자인 데이터의 가치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oins.com/article/23692619


"국제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접근"을 업적으로 아비지트 바네르지(MIT), 에스더 듀플로(MIT), 마이클 크레머(하버드)가 2019년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중에서 마이클 크레머 교수의 연구의 재미있는 연구 결과 중에 오링 이론(O-ring theory)이 있다
이는 선진국의 제품과 품질 면에서 별로 차이가 없는 개발도상국 제품의 가격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한 것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온 연구 결과가 오링 이론(O-ring theory)이다. 오링의 기원은 1986년 1월 발사 도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서 생겨났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든 데, 그 이유 고무로 만든 사소한 오링 하나 때문이었다. 추운 날씨에 이 고무 오링이 원인이 되어서 그 사이로 새어 나온 기름이 발화의 원인이 되어서 우주선이 터졌다.


마이클 크레머교수의 오링 이론의 결론은 '품질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는 것이다. 디자인의 품질에 대한 가치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디자인된 제품의 소비자 점수를 산정해봤을 때, 컬러가 5점, 형태가 5점, 소재가 4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디자인의 품질 점수는 더하기한 값인 5+5+4=14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인 품질 점수는 곱하기 값인 5*5*4=100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오링 이론에 기반한 가치가 잘 드러났던 시기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디자인경영'의 전성기였다. 삼성에서 시작된 디자인경영은 모든 기업의 경영 1순위 목표였다. 디자인이 잘 된 제품의 가치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라는 것을 경영진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가 대두되면서, 디자인경영이라는 말은 시들어져 가고 있다. 정확히는 경영자들의 핵심경영가치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지금의 기업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곱하기가 아니라, 더하기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를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경영 전략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역량이 디자인선진국이라는 유럽과 미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반대로 중국 등 신흥 디자인강국들이 부각되면서, 스타일링 중심의 유형화 기반 디자인 경쟁력은 한계점에 와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높여주는 무형화 디자인이 주목되는 시대가 열린다. 이런 시대의 화두를 한마디로 '디자인 데이터'의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전략의 사례를 보면, 결코 삼성의 디자인역량(인적구성, 디자인전략, 디자인 R&D)이 뒤쳐지는 것이 아님에도 일반적으로 최고의 디자인하면 애플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파워를 결정한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용자들을 좀 더 면밀히 배려하는 애플의 UX(User eXperience)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던 디자인의 무형적 가치가 그 유명한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도 핵심이 되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 포인트(출처 : 창의가 경쟁력인 시대, 최진기)

디자인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미적 가치가 아닌, 사용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애매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비정형적 가치들이 빅데이터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측정하고 수집하는 수단의 발전으로 데이터로서 가공되고 있다.

디자인 데이터 vs 디자인 경영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이전에는 가치를 찾을 수 없거나 모르던 비정형적 데이터들의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의 직감에 의존했던 디자인 데이터도 질적 데이터라는 관점에서 측정할 수 있는 시대(1)가 된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게 되었고, 미래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수집 및 측정 방식으로 지금까지 애매했던 사용자들의 요구와 행태들의 디자인 데이터 가치를 가공해 내기 시작(2)했다.

(1) 현업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뇌파, 표정 등의 다양한 신호로 측정해 분석하고 있다.
(2)  대표적으로 Adobe는 AI기반 자동화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측정 및 분석하고 개인화된 추천까지 해주는 통합 CEM솔루션(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을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디자인의 데이터적 가치를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진들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은 궁극적 지향점을 디자인경영적 관점에서의 유형화된 디자인에 두고 있다.


1990~2000년대 초반기는 디자인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디자인의 전성기였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기업의 지적 자산으로서 '디자인 데이터'의 가치가 공감되어야 한다. 결국,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궁극적 목적은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 데이터경영의 경쟁력은 디자인 데이터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디자인계 스스로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야 디자인의 가치가 더하기의 효과가 아니라, 곱하기의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oins.com/article/2369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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