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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19. 2020

은밀하고 위대한 데이터를 읽다

고객의 마음을 측정하는 경험데이터가 필요하다

아래의 내용은 한전 사내보 (KEPCO 2020 Vol.561)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지고, 또 데이터로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바뀐다. 빅데이터의 활용과 발전 속도가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 이제 중요한 과제는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누구나 찾아낼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닌, 숨겨진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느냐가 빅데이터 시대의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한전 사보 이미지


데이터, 표본의 양이 전부가 아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될 때 노키아는 그 파장을 다각도로 조사하였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자사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그런데 노키아는 아이폰 같은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이터를 찾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단순 트렌드로 치부한 노키아는 결국 모두가 알다시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수많은 데이터의 반복적인 패턴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통계와 확률의 근간이 되는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 따라 ‘큰 모집단에서 뽑은 표본의 평균이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는 기본 개념을 따른다. 하지만 노키아의 고객 데이터처럼 모집단의 데이터가 의미 없는 것이라면, 빅데이터 분석에서 쓰레기(garbage) 데이터만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노키아는 피처폰이 대세라는 쓰레기 데이터 결과 값만을 신뢰했던 것이다. 이 시기에 민족지학자(Ethnography) 트리시아도 시장조사 의뢰를 받았다. 그녀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리포트를 노키아에 제출하였다. 중국의 저소득층 200명을 직접적으로 관찰조사한 데이터 분석결과를 리포트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조사한 모집단의 데이터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키아에서 묵살됐다. 어떻게 트리시아는 1억 명의 데이터 분석에서도 나타나지 않던 현상을 단 200명의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을까? 그녀의 직업이 민족지학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족지학자는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직접 관찰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현장조사 중심의 전문가를 의미한다. 트리시아는 빅데이터에서 분석되지 않은 소비성향을 관찰조사로 찾아냈다.


수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숨겨진 행동양식’


중국의 일용직 노인(월 임금 30만 원 수준)이 아이폰(100만 원 호가)을 살 수 있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가정을 보자. 일반적인 빅데이터 방식의 접근은 먼저 노인의 가족관계, 주거 정보, 소득수준, 구매 및 소비성향 등 ‘수치’와 관련하여 수집할 수 있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노인이 100만 원이 호가하는 아이폰을 살 수 있다는 정보는 수집, 분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노인의 행태를 트리시아가 진행했던 ‘밀착, 관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데이터 분석 절차를 살펴보자. 노인에게는 결혼한 아들이 있다. 그에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노인에게는 하나뿐인 손자)이 있다. 이 손자는 초등학교 4학년의 남자아이고, 단짝 친구는 엄청난 부자다. 이 부자 친구는 아이폰을 가지고 있고, 손자는 그 부자 친구를 매우 부러워한다. 이 손자는 할아버지 앞에서 떼를 쓰며 울게 되고, 노인은 그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다섯 달 동안 매달 20만 원씩을 모아 손자에게 아이폰을 사준다.
일반적인 빅데이터에서는 분석되지 않던 노인의 소비성향이 관찰조사에서 분석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데이터가 아니라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혀 다른 패턴의 데이터. 노인의 구매 행동을 헤아릴 수 있는 이와 같은 데이터 접근방식을 전문 용어로 두꺼운(thick) 데이터적 접근이라 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성이 강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두꺼운 데이터들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양질의 경험(experience)데이터이기도 하다.


고객의 마음을 측정하는 경험데이터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경험데이터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앞으로의 10년을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라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AP, IBM, CA, Adobe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고객 분석 솔루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넘어서,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을 전략적으로 런칭하며 경험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누구나 알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이터인 경험데이터를 수집, 가공, 활용하는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빅데이터는 중요하지만, 누구나 알고 공유하는 빅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을 넘어서 고객의 마음을 측정하고 가공한 ‘경험데이터’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8은 15억 달러 이상을 마케팅과 광고비용으로만 사용하였지만 엄청난 투자에도 결국 실패하였다. 여러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기존 윈도우 사용자들이 익숙하게 느끼던 경험인 왼쪽 하단의 시작 버튼 하나를 없애버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수십 억의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이 사용자 경험데이터를 놓친 실수 하나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용자 경험에 관한 데이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집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객을 비롯한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통하면서 말이다. 그 경험데이터가 앞으로의 산업 전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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