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부치 Mar 17. 2023

공채가 사라지는 시대, 디자이너의 미래

프레스 더경기, 안진호의 디자인씽킹

본 내용은 '프레스 더경기'에 기고중인 안진호의 디자인씽킹 칼럼 내용입니다.


출처 : Press THE경기 (프레스 더경기)

http://www.theg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2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에 급속한 산업화로 많은 인력이 한 번에 필요해졌었다. 기업에서는 선제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을 한 번에 확보하기 위해서 공채로 먼저 채용하고 그 이후에 교육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채용 문화가 발전하였다. 또한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조선 시대의 과거제도처럼 필요한 직무 전문성 평가가 아닌 일반교양 등으로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시험을 통해서 인재를 선발하는 전통문화가 있다.

의사나 판사 선발처럼 전문지식을 평가받는 것이 아닌 흔히 얘기하는 '국·영·수' 잘하는 사람은 뭐든지 잘할 것이라는 채용에 관한 문화와 전통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흔들리고 있는 시대가 왔다.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와 코로나 사태로 재택이 늘어나면서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졌던 많은 일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중간 관리자보다 연차에 상관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소유한 사람이 중요해졌다. 세계 경제 환경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이 전 세계의 사회, 경제, 문화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단지 똑똑한 사람이라고 뽑아놓고 그 이후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의 시대는  끝나간다고 봐야 한다.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공채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정치적 차원의 정책일 뿐이지, 냉정한 시장의 논리에는 공채는 맞지 않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현재 실리콘밸리 등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권의 분야별로 전문가를 장기간에 걸쳐서 전문성만을 평가해서 뽑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신입사원의 기준은 '기초 소양이 풍부한 잠재적 능력을 갖춘 가능성 있는 젊은 사람'에서 '해당 분야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과 노력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그 분야에  대한 창의적 도전이 가능한 사람들로서, ‘나이와 상관없이 준비된 사람'으로 기준이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준비하나? 첫째, 학교 교육 차원에서 인문적 지식 40%, 시각화 역량 30%, 산업 전문성 30%의 균형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3가지 관점에 대한 대학의 교육 현실은 융합이 아닌 단순 결합한 교육방식이다. 융합은 모든 것을 해체한 후 철저히 근본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데 지금은 전문성보다는 권위와 주도권으로 인한  공학, 인문, 경영 등과 합쳐만 놓았을 뿐 시너지가 나는 구조가 아니다. 

두 번째로, 제품, 시각, 환경디자인 등에 대한 디자인 전문기술 역량과 함께 관심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디자인 관련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해 보는 경험을 키우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한다.

한국전쟁 후 급격한 산업 성장기의 디자인과 CHAT GPT 같은 초거대 AI가 실용화되고 있는 지금의 디자인은 그 역할과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산업 성장기 우리에게는 값싼 노동력으로 수출만이 답이었다. 하지만 기술력은 부족했고, 그것을 포장으로 감추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최적의 수단이 디자인이었다. 그렇다 보니  시각화 역량을 가진 순수미술, 공예도 모두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해야 하고, 사람의 감성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단지 이쁘게 포장한다고 잘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고객의 마음에 복합적인 감동을 심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쁘게 그리는 것이 중요했던 디자인은 경험 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디자인 사고 등의 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디자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디자인은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려내는 과정이다. 

이전의 그려내는 능력만으로는 선도가 어렵기에 다이슨, 애플처럼 디자인을 관찰, 생각, 그리기 등 모두의 관점으로 일반 국민과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정부도 그런 정책이 나와야 선도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드러나지 않는 산업기반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