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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09. 2016

디자인산업의 ‘디자인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올림픽을 보면 수 많은 투기종목들이 있다. 레슬링, 권투, 유도, 태권도 등 경기 중에 부상도 많은 위험한 종목들이다. 그런데 이런 종목들은 맨 손으로 경기를 펼치는 데, 검을 쥐고서 상대방을 찌르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펜싱이다. 이 펜싱이라는 것은 서양에서 검이 무기로 사용되었을 때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을 만큼 전통이 깊은 스포츠 종목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우아한 종목이기도 하다. 오랜 펜싱의 역사 동안 무기를 들고 싸우는 짓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디자인했다. 로마시대에도 엔시스(ensis)라는 검을 가지고 펜싱을 했다. 그리고 18세기 들어와서 펜싱은 검객들의 싸움이 아니라 본격적인 스포츠의 형태를 띠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광복 이후에 펜싱이 소개되었다. 1946년에 ‘고려펜싱구락부’를 조직해서 그 기술과 경기 방식을 전파했다. 그리고 나서 50년뒤인 2000년 제27회 시드니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가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금 2, 은 1, 동메달 3개의 성적을 냈다. 양궁 정도는 아니지만 펜싱도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우리나라 같은 짧은 펜싱의 역사와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 층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아니면 있는지 조차 잘 모르는 펜싱을 어떻게 잘하는 것일까? 신문기사를 참조해 보면 3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우수한 지도자의 탄생이고, 두 번째는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들의 노력이고, 마지막은 경기 외적인 지원이다. 대한펜싱협회 회장을 맡은 모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펜싱이 있다.

‘좋은 지도자’,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전폭적 지원’ 이것이 한국 펜싱의 힘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순위 우선 주의와 빠른 성과달성을 우선시 하는 풍토가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숫자로 된 성적을 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다. 언론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보다는 최종 순위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새마을정신으로 중무장하여 빠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단시일에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하고 대기업들에 그 종목의 지원을 할당해주고 빠르게 성적을 내도록 하는 우리가 잘 모르는 정책을 펼쳤을 것이다. 그러나 보니 그 단시일 내에 펜싱이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직장인 일하면서 마치 동호인 같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하루 종일 펜싱만 하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펜싱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방향은 디자인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지고 있는 자원도 없고, 국토도 작다. 그러다 보니 국가경제의 모든 중심은 수출이다. 때문에 어느 산업이건 어느 분야이건 수출만 잘하는 곳은 무조건적 지원이 가능하고, 항상 우선 순위로 정책을 진행시킨다.

그러면 여기서 수출 잘하는 곳은 어디겠는가? 중소기업 1,000개를 모아둬도 대기업 한 곳이 수출하는 것에 10%도 안될 텐데, 당연히 수출하는 대기업을 지원할 것이고, 그 대기업의 디자인경쟁력을 위한 정책이 펼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정책과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살길이 수출 중심의 정책이라는 것은 저자도 인정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단, 이러한 과정에서 디자인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에 의문을 가질 뿐이다. 이와 같은 전폭적인 지지가 있는데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제품과, 글로벌 경쟁력 있는 디자인회사는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펜싱처럼 만들기 위해 지원했던 디자인산업은 현재 최고가 됐는가? 디자인계의 일부 저명한 분들과 브랜드를 가진 선택된 디자이너(기업)들은 어떻게 됐는가? 그렇게 지원받은 디자이너(기업)들이 현재 디자이너(기업)의 브랜드가치로서 전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곳이 있는가?

디자인업계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명성과 권위를 가진 이들이 있지만, 그들의 경쟁력은 과연 글로벌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직은 대한민국 디자인산업의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GDP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디자인산업의 투자와 지원에 비하여 실효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포츠종목 중에 우리나라의 저돌적인 스타일로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전세계 60위권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의 국기와도 같이 느껴지는 축구다. 대한축구협회만의 2012년도 예산이 677억이다. 이건 다른 비인기 종목 50개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렇게 돈을 쏟아 붓고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데 왜 축구는 세계 최강이 안 되는 것인가?

다양한 스포츠신문 기사들을 정리해보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축구는 단순하게 집중투자로 전세계를 제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럽, 남미 등의 축구에 대한 폭넓은 저변에 기초한잠재력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일부 가능성 있는 선수를 조기 발굴해서 키우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저변이 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도 축구 클럽은 몇 천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축구를 잘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장기적 진흥책도 펜싱이 아니라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고도의 감각과 역량이 필요한 부분인데, 하루 아침에 최고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디자인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디자인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축구라는 종목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는 반짝 성적을 냈지만, 그 이후로 줄 곳 떨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하여 수 많은 언론과 기업에서 후원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남미나 유럽의 축구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도 10년, 20년 후에도 승승장구하려면 지금이라도 그 토대를 다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저자가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에 하고 싶은 말은 단기간에 디자인 빨리 키우려 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기반을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해야 한다. 즉, 디자인산업의 허리를 강화시키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가 경제를 보더라도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 중에 어느 계층이 많아야 국가가 부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  별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중산층이 튼튼해야지만, 선진국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디자인산업의 디자인 중산층인 디자인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전략적으로 키워줘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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