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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Apr 11. 2016

디자인에 대한 경제적 논리와 활동을 이해하자

만약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첫 번째 질문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매력적이고, 즐거운 직업인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는 누구나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매력적이라고 답을 한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으며 희열을 느낀다. 디자인은 일이나 업무 이전에 창조에 대한 희열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열정과 그에 따른 희열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만족을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보상받고,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다. 디자인은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주는 무형의 방식, 절차 등으로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보여주기가 어렵다. 결국 디자인 수용자의 주관적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고, 공정한 대가를 산정하는 것은 힘들다. 공정한 대가를 받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지키려면,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어떻게 그 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을까? 경제의 논리와 활동을 이해해야 한다.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경제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고, 나누고, 쓰는 모든 활동과 그 활동을 둘러싼 질서나 제도를 말한다. 경제란 개념 자체가 커다랗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기에 그 의미와 실효성이 피부에 와 닿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디자인에서 경제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단지 흥미로운 취미일 뿐 자신의 평생직업이 되기도 어렵다. 디자인산업의 장기적이고,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서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경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 디자이너도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예술작품을 만들어서 남이 아닌 나만을 위한 활동을 한다면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모든 경우는 경제적 논리 안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디자인이란 눈에 보이는 물적인 자산이나 금융 자산이 아닌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지식자산을 의미한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경제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런 디자인 기반의 지식자산의 가치를 키우고, 다른 이들이 내 지식자산을 훔치거나 도용하지 않도록 지키는 활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이란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생산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생산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게 되면 생산자의 이윤은 극대화된다. 이런 과정에서 디자인을 의뢰하는 생산자들은 디자인 관련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 인해서 디자인 생산자인 디자이너들은 수익이 줄어든다. 디자인 경제활동에서 이런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사람의 판단은 결코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경제학 책들은 ‘사람은 합리적일 것이다’라는 전제로 시작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기적이고, 자신만의 이익 극대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경제 주체 간의 논리와 그에 따른 파생효과들이 복합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첫째, 디자인을 둘러싼 경제적 현실과 관점에 대하여 디자이너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은 내용은 디자이너들에게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중요함을 부각하기 위하여 작성했다. 아직 경제적 생산 주체로서 인식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에게 경제적 관점을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벗어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경제 주체로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과 권리를 찾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디자인 결과의 경제적 가치 하락에 대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에서의 가치란 것은 제공 가능한 서비스나 제품의 제공을 통한 소비자의 만족도 비율을 뜻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만족도란 주어진 입장, 시간, 동기에 따라서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치의 개념은 객관적,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 고유 동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통해서 소비자(디자인 의뢰자 포함)에게 만족을 제공하고 이익을 얻으려면 디자이너는 어떤 변화에도 디자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시간이 흐르면 경제적 가치가 하락한다.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가치 저하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디자인 기업활동의 핵심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디자인은 무형의 지식재산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보호, 관리해야 한다. 디자인은 수익을 창출해내기 위한 디자이너의 노동과 디자인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비용의 소모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하여 지식재산권의 확보와 행사에 주력해야 한다.

국가에서 디자인을 보호해주는 방식은 ‘디자인권’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이 있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만들어 낸 창조물 중에서 법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에 부여한 권리이다. 디자인을 경제적 가치로서 보상받는 방법으로 디자인에 대한 지식재산의 가치를 키우고 보호받는 것은 의미가 있다. 디자인의 ‘신규성’(출원 시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기), ‘진보성’(과거의 기술부터 발전), ‘산업성’(산업적으로 이용 가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해주고, 권리를 찾아주려는 것은 그 디자인을 만들어낸 디자이너와 디자인 기업에게 경제적인 ‘합리성(적정 수익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가 있다. 디자인의 지식재산적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고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활동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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