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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Apr 11. 2016

정량적 방식의 디자인연구가 필요하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점. 선. 면. 색채에 의한 표현을 목표로 한 그림을 추상화라 한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피카소, 칸딘스키 등이 있다. 추상화라는 것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점, 선, 면, 색체만으로표현할 수 있다 보니, 단순히 그린다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쉽다. 추상화에대한 것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냐는 의견들이 제일 먼저 검색이 된다. 추상화의쉽지만 어려운 모습이다. 추상화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칸딘스키에게 완전한 추상화가 탄생하기까지 유명한일화가 있다. 칸딘스키가 스케치를 하고 돌아와서 본인의 아틀리에의 문을 열었을 때, 칸딘스키는 자신이 그린 그림인데도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가 없다. 이유는그림이 거꾸로 걸려 있어서 였고, 이 일을 계기로 칸딘스키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미술사를 말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칸딘스키가 이와 같은추상화의 대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인지,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얻기 까지 얼마나 많은사실적인 구상화를 그렸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추상화를 그리기 위한 기본과정을 충실히 거쳤기에추상화의 대가로서 추앙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디자인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에서 기본과정을 충실히 거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학문적 연구의 출발은 특정 대상에 대하여 자료를 수집하여 구조화하고, 가시적으로 계량화(수량화) 과정을거친다. 그리고 양적인 평가방법(측정)을 활용하여 사회. 문화 현상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시작이다. 실증적인 연구를 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객관적인 수량화의 과정을 통해서 예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연구의 출발은 이런 정량적 연구를 기본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정량적 기반의 연구도 한계가 있다. 너무 기계적이라는비판과 더불어, 일부의 현상을 계량화했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와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이런 ‘정량적 연구'를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서양에서는 후기 실증주의에 기반을 둔 ‘질적연구’가 출현하게 되었다. 

‘질적연구’는 연구자 자신의 직관적인 통찰로 사회. 문화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고이해하려는 연구 방법으로 여기에는’정량적 연구’와 다르게가시적인 계량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즉 실증적 자료가 수반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충분한 정량적 연구의 기반 하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질적연구다.

우리나라에는 산업디자인 통계조사를 기준으로 260여개 학과에4,000여명의 디자인 석사생과 70개 박사과정에 750여명이 있다. 4,700명 이상이 디자인을 정식 학문으로서 공부하는것이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는지를 단정지어서 말할 수 없다.이들이 디자인을 학문으로서 생각하고 있다면 어떻게 출발하는 것이 맞을 것인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칸딘스키에게추상화가 쉽지 않은 것처럼 디자인을 정식 학문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지에 대한 질문만을 던지고 싶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관련 논문들을 검토해 보면 대다수의 논문들이 ‘질적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작품논문도 포함한다. 이런 ‘질적 연구’들이‘정량적 연구’의 한계로 인하여 연구자의 철학과 이상을 논리적으로풀어낸 것이라면 그것은 학문적으로 업적이 되고, 디자인계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수 많은 디자인 관련 논문들이 이런 충분한 노력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많다.

과거의 모든 학문은 철학이었다.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일반화할수 있는 답이 되고 방법론이 생긴 분야는 독립해 나갔다.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심지어 자연과학까지도 모두 처음에는 철학이었다. 철학은 여전히 답이 풀어지지 않았던 문제들을 가지고 깊이 있게 접근해 간다.모든 심오한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 접근은 이제는 그심오함과 난해함 그리고 명확한 증명을 하지 않는 행위로 인하여 아이러니 하게도 그 깊이가 없어 보이고, 무언가를하려 할 때,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금의디자인에 학문적 접근이 철학적 접근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디자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정량적 연구의 토대 위에 질적연구가 되야 한다. 학문이라는 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닌, 논리적으로 모든 내용을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문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으로 나눌 수 있다.자연과학은 수학, 물리학 등으로 재현 및 실험이 가능하고,정밀한 수리적 방법으로 현상들의 함수관계를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회과학은경영, 경제 등으로 자연과학과 다르게 인위적 창조 요소를 포함하는 인간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하여 연구한다. 

디자인을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사회과학을 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과학적 입증이 중요하다. 그런데 과학적 입증 방식에 있어서 디자인이란 특성이 쉽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측면으로 질적 연구를 주로 한다. 질적 연구는 연구자의 직관적인 통찰로 사회,문화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고이해하려는 연구 방법이다. 이는 경험적 자료를 수집하고 계량화하여 사회, 문화 현상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정량적 연구를 충분히 진행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진행되어야한다. 

디자인학에서는 정량적연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은 데 디자이너도 학문으로서 디자인을 접하고자 한다면, 통계 등을 활용하는정량적 연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자인의 정량적 연구를 위한 과학적 측정과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디자인은눈에 보이지 않는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수치로서는 평가하기 애매하고, 정량적 평가의 적용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의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고, 디자인의 산업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누구나, 어디서나보편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디자인산업의 근본적 발전을 위해서 디자인의 정성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 기반의 정량적 접근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성급한 일반화논리를 기반으로 디자인의 과학적 측정과 평가를 추구한다는 것은 다양한 오류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인의 가치를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디자이너들이 사회적, 산업적, 정치적인 관심과 논리가 없다 보니, 디자인의 산업적 생태계는 견고하지못하고, 디자이너들은 잠깐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비춰지고 있다. 디자인에서도학문적 접근을 한다는 것이 디자인의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디자인을 학문적으로 한다는 것에 있어서 정량적 연구를 통한 과학적인 측정과 평가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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