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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Apr 12. 2016

디자인 입시와 디자인 대학교육의 편중성

디자이너를 예술가들이 키우는 것이 맞는 것인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렸을 때 익힌 습관이 나이가 들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뭐든 처음 시작할 때,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디자인 교육의 처음은 무엇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대다수 미술학원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적게는 1~2년을 배우고, 중학교 시절부터 한다면 4~5년을 배우게 된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사교육문제 등으로 실기 시험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디자인학과 지원생들은 미술학원을 다닌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한 평생 영향을 미친다. 저자 생각에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미술학원에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기초 소양을 배운다. 연필소묘로 시작하여 그림을 그리기 위한 다양한 도구의 사용법과 그리는 방법을 배운다. 대학 진학을 위한 실기시험을 준비한다. 요즘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디자인학과를 진학하려면, 학교보다는 많은 시간을 미술학원에서 보낸다. 그곳은 원장이 있고, 디자인, 서양화, 동양화, 조소 등 다양한 실기과목의 강사들이 있다. 그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의 실기시험에 맞게 맞춤식 강의를 진행한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단, 그들의 성향과 배경이 편중된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미술학원 강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입시미술계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대부분 순수미술을 전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관련 전공이라도, 작가주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일 것이다. 거의 모든 강사들이 디자인에 대한 산업적, 경제적 역할과 효과 등에는 관심이 적을 것이다. 

이런 편중된 성향과 배경을 가진 이들이 우리나라 산업디자이너 양성의 시작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대한 질적 문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가치를 깎아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 단, 이런 예술적 성향 중심의 교육자들이 예비디자이너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디자이너가 되려는 학생들은 디자인은 예술의 한 분야로 인식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하는 것’과 ‘예술작품 만드는 것’이 동일하다고 인식할 것이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부터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균형잡힌 생각이 심어져야 하는데, 안타깝다. 처음의 기억이 맞건, 틀리건 상관없이 그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도 20여년전 디자인대학에 가려고 미술학원을 다녔다. 처음 연필 소묘를 배울 때, 수채화와 색채구성을 배웠을 때를 기억한다. ‘내가 하는 것이 수채화나 동양화만 아니었지, 나는 항상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 기억은 잠재의식 속에서 많은 것을 지배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경영학을 배우면서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이 조금씩 변했다. 디자이너가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디자이너가 한평생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디자인 입시교육에 있어서 그리는 교육과 논리적인 생각의 중요성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디자이너는 그리기 이전에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그림으로도 표현하지만, 글이나 말로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다양한 지식을 통합하여 전혀 새로운 창조적 발상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디자이너로서 필요한 창조적인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고 표출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과정을 시각화 시켜주고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중요하다. 입시에서부터 단지 그리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것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문제는 대학을 진학한 후의 디자인 교육 과정에도 있다. 산업디자인통계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합쳐서 1,000여개 이상의 디자인 관련 학과가 있다. 손꼽히는 몇 개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예술대학의 디자인학과’다. 이런 현실이 학교 운영 형편상 그렇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곳도 많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대다수 디자인전공 교수님들을 예술가로 만들고,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현실을 만들었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한 경제적, 과학적 가치가 있는 논문 한편 보다는 작품전과 작품논문이라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다시 한번 디자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디자인교육은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산업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과 순수예술은 추구하는 가치와 방법이 같고, 동일한 것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예술대학에 예술작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지식산업을 이끌어 갈 인력 양성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구조다. 디자인결과를 ‘작품(ART)’ 혹은 ‘상품(PRODUCT)’으로 바라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예술가에 있어서 ‘작품’이라는 것은 자식과도 같다. 남들이 어떻게 이야기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이고, 아무리 잘못됐다고 해도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미우나 고우나 자기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작품을 제작하듯이 애정과 열정을 쏟을 수 있지만, 결코 자식과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디자인은 결코 작품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고, 버려질 수도 제품으로서 냉정한 비판과 평가를 받는 존재여야 한다.

예술의 발생을 생각해 보면 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풍요와 번영을 위한 주술적 목적을 가치고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향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인류는 이성에 눈을 뜨고, 합리적인 생각을 추구하게 되면서, 예술을 미학적 관점으로 분류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예술은 실생활의 구체적 도움보다는 인간의 가치와 이성에 의해 판단되는 고차원적인 부분으로 자리잡게 됐다. 예술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듯이, 디자인도 그러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교육이 산업과의 조화와 융합속에서 디자인 교육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정한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우선은 경영, 경제 등의 산업적 전략의 근간에 예술적 표현방식과 감성을 입혀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들이 디자인의 교육 과정에도 반영이 되야 한다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를 공과대, 경상대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예술대학 소속이라고 제대로 된 디자이너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디자인 교육이라는 것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목적인데, 디자인을 공부한다는 것이 미적 가치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 경영과 경제 등 다방면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융합 학문인데, 현재의 일방적인 예술대학 소속의 디자인 관련 학제는 문제가 많다. 예술기반 디자인 교육의 문제는 장기적인 디자인진흥정책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의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가 교육정책 차원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대학 구조조정 방향에 이런 이슈들이 제고 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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