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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Feb 16. 2017

디자인산업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전통과 정체성 & 디자인 융합의 방식

아래의 글은 2월 17일자 전자신문에 기고했던 내용의 원본입니다. 신문에는 지면의 한계로 인하여 너무 많은 부분이 짤려서 말이 조금 안되게 끊기는 부분이 많아서 이렇게 다시 적습니다.

http://www.etnews.com/20170215000114 


애플이라는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치를 평가받는 회사다. 이 회사의 브랜드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대표적인것이 디자인역량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술, 지식, 제품과 연계하고 융합하여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창의성 중심의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디자인 같은 무형의 서비스역량이 기업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이제 디자인은  포장의수단이 아니라, 산업적 기반에서 그 가치를 논하고 있다. 

왜 애플은 최고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대규모의 첨단기술연구소같은 디자인연구소가 있고, 세계 최고∙최대의 전문인력을보유하고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삼성전자∙LG전자에 비하면 그들은 최소한의 디자인 기반시설과 디자이너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다양한 언론기사와 관련 문헌자료들을종합해 본다면 애플은 전 직원의 1%도 안 되는 1,000명이하의 디자이너만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LG전자만 하더라도최소 천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내부에 있으며, 삼성전자는 LG전자에비하여 최소 1.5배 이상의 디자이너가 더 있다. 

그렇다면, 애플 디자인의 질적 수준이 뛰어나기에 그런 것일까? 이 부분도 타당하지 않을 듯 하다. 삼성전자∙LG전자는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디자인 인재들만이 가는 곳이고, 전세계 내노라하는 유명디자이너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렇다면무슨 이유로 우리는 디자인에서 선도하지 못하는가?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자는 여기에 대한 답을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의 혼란’과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융합의 방법’에서 찾고자 한다. 

먼저 정체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전통이 정체성이고, 전 세계가 우리의 ‘정체성=전통’을 좋아할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18세기의우리나라, 중국, 일본 3개국의상과 생활용품 등을 어떠한 구분 표시 없이 서양인들에게 보여주고, 구분해 보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구분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물건의 형태가 아닌, 3개국의전통문양이나 그림 등을 섞어서 보여준다면, 과연 우리 스스로도 구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것은 우리 전통만으로는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상품과 서비스가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것을 증명한다. 결국 우리가 생존 경제적 관점에서 4차산업혁명의시기에 살아남으려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과 ‘코리안리즘’이라는 것을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을 정체성으로 동일시 하면 안되고, 창의적 관점에서 우리만의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창의적 관점의 정체성이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의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남들에게 새로움을 찾고, 그 새로움이 전세계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예를 들어서, 찹쌀떡은 우리의 전통이지만, 정체성이 아니다. 그것은 ‘모찌’로서 일본의 정체성으로 인식 되어진다. 

두 번째,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융합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애플의 디자인 방식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은수의 디자인 인력과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이 디자인에 대한 ‘통섭적 융합’에 있다. 

우리는 학창시절 디자인의 핵심요소는 기능성, 심미성, 경제성, 양질성 등이라고 배웠다.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는 디자인은 오로지 ‘심미성’일 뿐이다. 디자인은 대상을 이쁘게 하는 포장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에서도 디자인경영이라고 중요성을 부각하지만, 디자이너 이외에는디자인하는 사람은 없다. 전 직원이 모두 디자인을 한다는 생각은 없다.디자인은 오로지 디자이너의 몫일 뿐이다. 디자인 전략의 핵심은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유형적, 무형적으로 포장하는 것일 뿐이며, 그런 관점에서폐쇄적이거나, 단절적인 디자인경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사례를 보면,CEO인 스티브잡스부터 모든 디자인에 직접 관여했었고, 모든 엔지니어와 마케터, 경영전략가들이 스스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는 것이다. 애플 제품의 특징으로 섬세함과 사용자에 대한 무한한 배려를 꼽는다. 예를들어서, 아이폰의 플래쉬 어플리케이션 중에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플래쉬 모양 아이콘(대략 1mm 미만)에도스위치가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가 구분되어 표시될 정도이다. 애플에는 형식적인 직함을 가진 디자이너는1,000명도 안될지언정, 실제 디자이너처럼 일하는 직원은몇 만 명이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게 애플 디자인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만약 우리 기업의 조직문화였다면 그리는 것을 못하는 비(非)디자이너들은디자인에 관심도 없을 것이며,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 결과물도 최종의사결정권자의 판단과 감각에 맞지 않는다면사장될 것이다. 디자인은 정해진 기한에 최적의 스타일링을 만들어 내는 기능 기술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제조업 중심의 이공계 중심 산업구조와 문화에서 엔지니어가 디자인에 대한 섬세한 관심을 가진 다는 것은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어떻게 디자이너와 비(非)디자이너들을하나로 융합시켜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디자인 융합의 문제점은 이런 이질적인 것을 단지 한 곳에 합쳐두면그것이 융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을 융합시킬 수 있을 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을그리는 것만이 아닌, 생각하는 것으로 확장하고, 융합적으로모두 같이 디자인을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디자인의 ‘통섭적 융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몇 백 년에서 몇 십 년 뒤진 상태에서도 잘 쫓아왔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은 겨우 몇 년 정도 뒤쳐진 상태이며, 아직 어느 누구도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창의적정체성’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그러한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디자인에 대한 산업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한 ‘통섭적 융합’이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은대한민국이 쫓아가는 ‘fast follower’가 아니고, 선도하는‘first mover’가 되야 한다. 그러려면 서양의 잣대도아니고, 막연한 동양의 사상도 아닌 우리만의 ‘창의적 정체성’을 찾아내고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디자인이다. 단, 디자인을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고, 다같이 참여하는 ‘통섭적 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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