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있는 여유를 찾다
울란바토르에서 홉스골까지 거리는 약 천 킬로미터다. 끝없는 초원을 달리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스에서 보냈기에 버스 안도 우리에겐 중요한 여행지였다.
새벽같이 출발하는 날이면 흔들리는 버스에서 쉴 새 없이 고개를 흔들며 잠에 빠진다. 그러다 문뜩 눈을 뜨면 광활한 초원과 끝없는 능선, 지평선 위에 걸친 구름. 귀여운 엉덩이를 흔드는 양 떼와 가끔씩 바쁜 버스의 앞을 막는 소와 말까지. 우린 본 적 없던 길을 가고 있다.
몽골의 자연에 감탄하다가도 단조로운 초원에 눈이 감겨 올 때쯤, 차 안을 울리는 것은 누군가의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랫소리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시와 같은 노랫말도 좋고, 초원 위 흔들리는 차를 더욱 뒤흔드는 댄스곡도 좋다. 어떤 노래든 꾸밈없는 초원 위에선 다 좋은 노래고 함께 듣고 싶은 노래다.
글을 쓰는 지금도 키보드 옆에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여유가 다시 생겼다. 생각해보면 어느샌가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고 있는 게 힘들었다. 3분 남짓한 노래조차 길게 느껴졌고 나중엔 마치 소음처럼 되어버렸다. 그렇게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몽골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었고, 함께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 쫒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늘 아래 의자를 피고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다. 좋은 노래와 함께라면 더 좋을 뿐.
몽골의 초원엔 사실 아무것도 없다. 거길 뭐하러 가냐는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질문에 정말로 딱히 해줄 말이 없다. 다만 아무것도 없으니 내가 채우면 된다. 그뿐이다. 난 몽골이 그래서 좋았다.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으면 되고, 노래를 듣고 싶으면 들으면 된다.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있고, 걷고 싶은 곳을 걸을 수 있다. 가려지는 것 하나 없는 초원은 너무 자유로웠다.
그렇게 들을 수 있는 여유를 초원 위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