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를 하러 가는 길.
왜 이 사람이어야 할까?
내 나이 올해 30, 잠시 후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하러 간다.
올해 서른이 되고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올 무렵, 결혼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무거워져 갔다.
얼마나 내가 단단해지고 성숙해져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여러모로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여러 질문들을 나 스스로 되뇌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거나 부정적인 답들만이 머리에 하나 둘 자리 자리를 잡아갔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한 친구, 부모님, 결혼을 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Q. 어떻게 결혼을 결심한 거야?
가치관이 나랑 정말 비슷하다.
그냥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
평생 같이 있고 싶다.
배울 점이 많다.
.
.
.
하지만,
가장 많이 돌아온 공통적인 답변은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였다.
이 사람이다...
위의 답변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내가 품을 수 없는 수만 가지의 단어들이 모여 만들어낸 사전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근데,
이런 내가,
이랬던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오늘' 프러포즈를 하러 간다.
친구들은 묻는다
그럼 너는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데?
1. '이 사람이다!' 보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
나는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보단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감정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이 사람을 빼놓고 나란 사람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간다.
이 사람 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나와 함께 발맞춰
갈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없다.
2. 나로서 만날 수 있다
이 사람을 만날때 내 스스로의 본모습이 나온다
온전한 '나'로 만날 수 있는 것
참 모호한 말일 수도 있다.
' 나로서 만날 수 있다'
이 모호한 말이 현대 사회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묻고 싶다.
진심으로 당신이 만나고 있는 대상에게 솔직한 본인만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는가?
아마 꽤 많은 커플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좋은 모습 뒤에 감춰둔 좋지 못한 모습, 부정적인 모습을 감추려고만 한다면
'내 절반'은 연애를
내 '나머지 절반' 부정적이고 좋지 못한 모습은
점점 꼶아갈것이다.
결혼을 내가 품을 수 없는 단어들이 모인 사전이라 표현한 나지만,
하나의 확신은 있었다.
평생 함께할 사람에게 본인의 좋은 면만을 앞세워 만날 수는 없다.
본인의 내면과 부정적인 면 또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배우자
추가적으로 이런 배우자를 통해 내 부정적인 면들이 긍정적인 면으로 옮겨가며 성숙해질 수 있는 나.
이게 내가 프러포즈를 하러 가는 2번째 이유이다.
3. 교집합-ed
사실 인간은 현재를 살고 있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지만,
과거에서 에너지를 얻는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맞아, 그땐 그랬지..
과거에 갖고 있었던 나만의 소중한 추억들
장소, 학창 시절, 놀이, 여행, 연예인, 노래
이런 다양한 것들을 공유하며
큰 에너지를 얻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덕분에 나는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며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나' 또한 살아 숨쉴 수 있고
현재의 나, 미래의 나, 에게 엄청난 원동력을 주고있다
4. 미래가 그려지는 것?
학창 시절 미술 선생님께서
수행평가로
도화지를 주며 물감을 사용하여 그리고 싶은걸
편하게 그려보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날이 선명하다.
그 이유는 반 전체 어느 누구하나 시작을 못하고
서로 너는 뭘 그릴거야?
뭘 그려야해?
뭘?
.
.
나 또한 그랬다.
뭘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한 참을 고민하고 그림을 그려가면서도 이게 맞나?
스스로 되물었다.
그리고 싶은 걸 그려봐
나에게 결혼 또한
명확한 틀이 없는 하얀 도화지 같았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금은 결혼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고 그려지는 미래를 자연스럽게 그려나가고 있다.
여러분도 알 것이다.
본적도 없고 형태도 없고 경험해 본적도 없는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 인지
지금 나는 그 하얀 도화지를 그려나가고있다.
그.어려운 일을.해내고 있다
그 사람 덕분에
그래서 나는 오늘 프로포즈를 하러 가는 길이다.
I'm on my way to pro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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