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지 않는 나

프리랜서의 양면

by 서은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23년 5월 회사를 나오고 1년을 아무 생각 없이 실컷 놀다가 모아두었던 돈을 탕진하고 헐레벌덕 프리랜서로 뛰어들었다.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니 누구에게도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걸까? 이곳이 내가 꾸준히 다닐 회사였다면 나는 이렇게 행동하고 이런 태도를 취했을까? 이런 자유로움이 좋다가도 어느 날은 이런 나의 행동이 나를 더 외롭고 고독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하고있는 프로젝트에 여유가 생겨 좀 한가하다. PM은 오늘 연차를 냈고 팀원 중 한 명이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커피를 돌렸다. 나보다 10살쯤은 어린것 같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이를 물어본 것 같은데 벌써 잊었다. 커피를 돌리는 단순한 행동이었음에도 나는 머리를 한대 띵 얻어맞은 것 같았다. 요즘 나의 태도에 대해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프리랜서라서 사람들이 나를 언젠가 떠날 사람처럼 대한다고 생각했지만, 나 먼저 모두에게 적대적으로 대하고 모두에게 언젠가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맞다. 나 먼저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이 오래될수록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이제 나에게 사회 초년생의 그 순수함이 없어진 걸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 모든 게 계산적이고 미루어 짐작하고 먼저 마음을 내보이지 않고 내 속마음은 감추기 급급해지고 이제 관계를 위한 노력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사회 초년생일 때 내가 하던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들이 배치됐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들을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대했었다. 내 상사인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팀장은 그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일은 나보다 적게 하는데 나보다 돈을 더 벌어가는 사기꾼쯤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종종 보였다.

내가 이 일을 한 지 10년쯔음 지나고 PM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는 나는 또 다른 시각으로 프리랜서들을 대했다. 그들을 어차피 몇 달 뒤에는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그들과 잘 지냈지만, 내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업무는 프리랜서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단편적이고 일만 맡기게 되었다. 어차피 그 사람은 몇 달 뒤 떠날 테고, 그들이 떠나고 몇 달 뒤 생길지도 모를 문제가 될만할 일은 다 내가 떠안고 확인했다. 그 사람들은 나보다 경력이 많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나의 행동은 나를 더 피로하고 쉽게 지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이번만이 처음은 아니다. 마지막 회사를 들어가기 전에 번 아웃으로 회사를 뛰쳐나온 나는 일 년을 히코모리처럼 방안에만 있다가 지인의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해 거기에서 만난 다른 프리랜서를 통해서 다른 회사를 소개받아 그 후에 잠시 프리랜서로 일했었다. 그때 나는 야근과 주말출근이 당연하고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았던 회사생활에 질렸었다. 하던 프로젝트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회사개편을 하면서 내가 있던 부서에 일이 줄어들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부서로 가게 되었다. 처음 프리랜서 일을 우연히 시작하게 되고 나서는 이렇게 돈을 많이 준다고? 내가 그동안 받았던 월급은 뭐지? 나는 또 회사를 다닐 때처럼 나의 200%를 쏟아서 일을 했다. 하지만 같이 일했던 다른 프리랜서를 통해서 원래 이 정도 금액은 너무 적다. 프리랜서들은 원래 얼마 정도의 돈을 받고, 주말엔 출근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듣고도 그 곳에서 1년을 프리랜서로 일하고 더 이상 연장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지인은 나에게 서운하다고 말했다. 내가 직원처럼 이 일 저 일 책임감있게 일하고 주말출근까지 하면서 일했는데 서운하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다 서운 할 지경이었다. 그치만 ‘너 없이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거다. 고맙다.’라는 말도 함께 들었다. 원치 않던 부서로 이동해 하기 싫었던 업무를 했는데 그 일이 조금 도움이 됐다고 하니, 그래도 버릴 경력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회사의 인연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경력직 지원을 추천받아 그 회사 경력직에 응시하고 정직원이 됐다. 사실 나는 바로 취업이 되는 줄 알고 솔깃했는데, 정식으로 경력직 채용 시기에 지원서를 쓰고 1차 합격 통보를 받고, 다시 면접까지 보고 입사를 하게 됐다.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다시 뛰어나와 이렇게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회사 생활이 불가능한 DNA를 가지고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 없는 질문이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내가 좋아했던 나무가 울창했던 출근길이 더 이상 아름답다 느껴지지 않았고, 스스로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에 까지 다다랐다. '당장 오늘 퇴사하겠다고 말해야겠다' 다짐하면서 회사까지 걸어갔고, 소장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소장은 울상을 지으면서 내가 퇴사하기까지 한 달여 동안 삐져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이러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데.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 2회 차가 됐다. 자의와 타의에 의한 콜라보로 이직을 꽤 했고, 그 사이 프리랜서로도 일했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점은 아니지만, 누가 보기엔 방황이라면 방황이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딱 맞는 불안정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을 찾아 다시 입사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요즘 프로젝트가 너무 한가해 이렇게 돈을 벌어도 되는 걸까? 친구에게 한탄하지만, 이렇게 한가하지만 연차 따위는 없어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오늘은 어떤 일을 하면서 보람차게 하루를 보내볼까 생각하며 출근하는 프리랜서이다. 아직도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채로 6개월째 일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5개월 정도 남았는데,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마음을 열지 않고 일하게 될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뭘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