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며

25년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해냈을까?

by 서은

1. 책 출간

책 출간을 몇 년째 하지 못하다가 결국엔 북페어 참가 신청을 완료하고 마감을 하게 됐다.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을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감 날이 정해지니 이제 그중 제일 나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사진을 두 페이지 가득 넣을지 한 페이지에만 넣을지 선택하는 것, 그리고 텍스트 사이즈 같은 것이다. 또 어떤 것은 시간 내 가능한 것으로 선택하게 됐다. 예를 들면 책 표지의 재질과 색상, 제본 형태 등이다.

책이 100%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건 시간을 더한다고 나아지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이 마지막 책이 아니고, 다음 책이 있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책이 무어인지도 모르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지만 첫 번째 사진책이라고 표지에 못 박았다.

내년엔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아직 집 현관에 쌓여있는 책을 서점에 내놔야 한다. 한 달 정도 쉬었으니, 다시 또 내 책을 받아줄 서점에 구애의 메일을 보내야겠다.

몇몇 서점은 감사하게도 내 책을 받아줬고, 몇몇 서점에게는 거절의 답장을 받았고, 몇몇 서점에서는 답장도 받지 못했다. 아직도 확인하지 않은 서점도 있다. 꼭 입고하고 싶었던 코앞 동네 서점에서는 메일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나 내 메일을 열어봤다. 답은 없었다. 아쉽지만, 이번은 인연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놓아준다.


2. 사무소 오픈

작년에 D언니와 사무실과 공방을 같이 오픈하기로 했었다. 언니가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쉬고 올 테니 내년 초까지 놀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막상 시간이 되자 언니는 주거지 문제로 급하게 다른 회사에 입사를 했다. 나도 마냥 놀 수만은 없어서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고,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예상보다 서운하거나 허망하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이유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하면 굉장히 허탈했을 것 같긴 하다.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설 수 있는 기회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 상황에 따라 협업해 일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더 나은 상황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일하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회사 이름이라도 내걸고 사무실도 구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게 됐다. 사무실과 내가 하고 싶은 작은 공방의 월세를 충당할 자금이 생각보다 일찍 끊기게 되어 흐지부지 되었다. 역시 쉽게 버는 돈은 없었다. 3개월의 행복이었다. 올해가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나는 사무실 이름을 정하고 사무실을 차릴 수 있을까? (안될 것 같다. 내년으로 미룬다.)


3. 쉬지 않고 일하기

23년 5월부터 24년 4월까지 일 년을 놀았다. 시간이 얼마나 잘 가던지, 테니스를 미친 듯이 치고, 가고 싶던 미술관을 다니고, 일할 때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도시건축비엔날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거의 매일 강연을 들으러 가고 전시도 갔다. 통장은 털렸지만, 이보다 행복할 순 없었다. 온종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일 년의 시간은 너무 소중했다. 곧 잔고가 바닥날 것 같아서 일을 해야겠다 생각한 타이밍이 친구에게 들어온 프리랜서 일을 운 좋게 대신하게 됐다. 돈은 적었지만, 일은 별로 힘들지 않았고, 또 일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였다. 운 좋게 바로 다음 프로젝트를 잡고 일하는데 순례자길을 걸어야 되겠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리고 이 자유로움이 없어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던 일의 계약이 끝난 24년 10월. 순례자길로 떠났다. 순례자길은 아름다웠지만, 다시 돌아온 이곳 서울에서는 일이 없어서 골머리가 아팠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끝낸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 몇 개월을 다시 불안감을 가지고 지냈다. 그때는 무얼 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잔고가 바닥났다. 다행히 잔고가 바닥난 동시에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렇지만 내가 예상한 시기에 돈은 지급되지 않았고, 친구 N에게 돈을 빌려서 카드값을 메꿨다. 첫 번째 지급은 내 예상과 달랐지만 그때 잡은 프리랜서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 4월 중순에 시작해 12월 중순이 되었다. 8개월을 일했다. 다행이다. 다행히 쉬지 않고 일하기 목표는 이뤘다. 순례자길을 다녀온 후 4개월 백수 생활은 너무 살 떨리는 기간이었다.


4. 다이어트

일생의 숙제.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일. 올 11월에는 한방 다이어트 약을 먹기 시작했다. 살을 빼려고 PT도 받아봤다.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돼지 같아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센터에 들러 PT를 시작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1년 동안 10킬로를 감량했다. 1년을 꽉 채웠을 때 선생님은 나보다 더 먼저 센터를 그만뒀다. 연장을 고민했던 난 새로운 선생님께 추가 등록을 했는데 나랑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쯤 테니스에 빠져 테니스를 더 열심히 쳤다. 희한하게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PT에 테니스까지 운동을 두배로 하는데 살이 찌는 기묘한 상황. 테니스 친 후에 마신 술 때문인가? 아무튼 그렇게 2년 정도 흐르고 다시 운동하고 싶은 맘은 없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한방 다이어트 약을 먹기 시작했다. 살이 빠지는 거 같진 않은데 입맛이 없었다. 2주 뒤에 가서 보니 2킬로 정도 빠졌다. 그리고 다시 약을 받아왔고 다시 2주 정도 지났는데, 이제 다시 살이 쪘을 것 같은 느낌이다. 왜냐면 요즘 입맛이 굉장히 좋기 때문이다. 하. 어쩌지? 실패인가? 10킬로 빼고 싶은데


사실 예전 같았으면 더 많은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 많은 계획은 이룰 수 없구나 싶었고, 몇 년을 계획 없이 지내다가 올해엔 조금 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다이어리도 없앴다. 그런데 내년엔 다이어리가 조금 필요할 것 같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그나마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야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년엔 어떤 계획을 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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