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걸었어 #3

안녕[Hola] 그리고 안녕[Adiós]

by 서은

스쳐 지나가는 마을의 주민들도, 지친 나를 앞질러 가는 순례자들도 나에게 ’Hola‘를 외쳐준다. 그 인사가 나의 순례길을 응원해 주고, 함께 걷진 않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순례길을 걷기 위해 유럽은 물론이고 북남미, 아시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 서로 말을 잘 통하지 않지만, 이곳을 걷는 이유는 ’Hola‘ 하나로 충분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응원하고 마음을 함께하기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네기로 한다. 내일도 먼저 외쳐야지. ’Hola‘ 그리고 ’Buen Camino!’


어제부터 허리가 구부정한 스페인 할머니들이 보인다. 큰 목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니 잔뜩 경계심이 생긴다.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니 조금 친근하게 느껴진다. 할머니들을 앞지르는 순간 어찌 마지막인 걸 아셨는지 ‘Adiós’라고 하신다. 친구가 ‘No Adiós’라고 하니 ’Hasta luego‘라고 하신다. 다시 못 볼 두 동양인 여자에게 인사를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찡하다. 걷다 보면 다시 만날 수도 있기에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이 길은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을과 마음에 드는 Albergue를 만났을 때 그곳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동네 산책은 어젯밤 한 번으로 부족한 것 같고, 마음에 드는 공간도 채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걷고 있는 모든 이가 한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숙소에만 있다가 동네를 떠나기도 하고,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날에는 씻고 먹는 데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꼭 아쉽지만은 않았다. 어디에도 미련이 많은 사람이지만 내일 마주할 길을 걸을 용기와 새로운 도시에 대한 설렘이 더 크게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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