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창업사관학교
앞선 글에 계속 등장했던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가볍게 시작한 피클 공장이 이렇게까지 큰 일이 된 계기인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아마도 이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그만두고 재취업이나 대학원에 몰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주 과제가 나오고 압박받으며 해내고 나면 어느샌가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3월부터 7월까지 16주간 교육과 점포 체험, 멘토링이 끝난 후 8월에 지원 대상에 선정되어 현재 지원금 2천만 원까지 받은 상태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안 하는 게 바보인 과정이다.
하지만 함께 과정을 이수한 동기들 사이에선 왈가왈부 말이 많기 때문에 장단점을 나누어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지원사업 중 하나다.
상반기 하반기, 일 년에 2번 대상자들을 모집하고 서류와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각 지역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고 지원 규모도 조금씩 다르니 해당 지역의 공고 내용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주요 골자인 창업 교육과 점포 체험, 지원금 지원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세부적으로 달랐던 것 중 하나를 얘기해보자면 우리 지역은 오프라인 트랙과 온라인 트랙으로 나누어졌는데 우리는 온라인 트랙으로 지원했었다. 선발 인원이 적어 불리했지만 점포 체험을 일주일에 2번만 출근해도 된다고 해서 선택했다. 하지만 후에 이 부분에서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뒷말이 많이 나왔나 보더라. 우리 이후엔 이 내용이 수정되어 5일 출근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아무튼 장점 먼저 이야기하자면, 4주간의 교육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창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교육을 하는데 창업 절차부터 아이템, 점포 구성, 마케팅, 브랜딩, 상품 기획, 세무, 법률까지 창업의 A부터 Z까지 모두 알려주는 듯했다. 이후 점포 체험 시에 진행하는 멘토링도 내용이 아주 알차고 쉬운 방법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만족스러웠다. 점포 체험 역시 좋은 위치에 넓고 깨끗한 공간을 무료로 12주간 임대해주고 실습비도 지급된다. 이러니 초반에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장점은 지원금 아니겠나. 2천만 원 지원금이 나오는 데, 이는 교육 과정 동안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이 나오고 교육 수준에 미달될 경우 지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또, 무조건 지원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부담금 2천만 원 확인 후 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래서 자부담금 2천만 원 + 지원금 2천만 원 총 4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단점을 언급해보자면 16주간 교육, 점포 체험에 꼼짝 마라 몸이 묶인다.
단 1분이라도 지각할 경우 출석 점수에 영향을 끼치고 일정 횟수 이상 결석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온갖 신경이 출석에 가있는다. 이 기간 동안 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방문객도 많았다면 신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코로나라 손님도 프리마켓도 거의 없었다. 손님이 없는 매장에 하루 종일 앉아 시간 보내기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고, 매주 제출해야 하는 업무 일지와 멘토링 과제도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3번의 사업계획서 발표가 있었는데 이 역시 평가가 따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중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지원금인데 2천만 원을 내가 쓰고 싶은 곳에 무작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홍보비, 인테리어 등 사업을 접었을 경우 내 자산이 되지 않을 만한 곳에 쓸 수 있다. 자부담 2천만 원을 모두 집행했을 경우 지원금 2천만 원을 쓸 수 있고 집행 가능 기간 역시 정해져 있다. 5개월 간 지원금 집행 후 1년 간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따른다. 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자부담과 지원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꽤나 까다롭고 제약 조건이 많다. 돈을 쓰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경우도 따르고 말이다. 이 지원금 때문에 사업이 더욱 복잡해지고 잡일이 많아졌다. 오죽했으면 지원금을 포기하신 분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할 정도.
후에 이 지원 사업에 대한 내가 내릴 평가가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할 만한 사업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