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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Mar 18. 2019

미로에 갇힌? 미궁에 갇힌!

영화 [이스케이프 룸] 리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방탈출 게임에 초대된 여섯 명의 인원들은 어떤 안내도 없이 게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대기실인 줄 알았던 첫 번째 방이 차츰 더워지기 시작하며 그들의 숨통을 조인다. 잘못된 해결책을 사용할수록 온도는 높아져 가고, 더 이상 단순한 방탈출 게임이 아님을 깨닫는다. 열이 점점 높아지자 초대된 한 명인 아만다는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인다. 그녀를 챙기는 다른 참가자 조이는 그녀의 목 뒤 전체에 화상 자국을 발견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오븐 룸'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큐브] 시리즈, [페르마의 밀실]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보통의 한정된 장소에서 그려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는 그들이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되었는가라는 이야기는 실상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현재 당하고 있는 역경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 중점이다. 그러나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이전까지의 유사 영화들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비범한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 목숨이 걸린 게임에서 이길 여지는 개인의 능력이 아닌 그들의 특별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다. 여기서 이 영화의 핵심은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닌 살해 방식과 그와 얽힌 각자의 사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영화 [쏘우]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쏘우] 시리즈와 차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영화 [쏘우]는 미로와 같이 엄연히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임인 방면에 [이스케이프 룸]은 미궁과도 같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답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흔히 많이들 착각하는 것 중에 미궁과 미로, 두 단어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같은 의미로 사용해도 무방하나 엄연히 둘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처음 ‘미궁’이 나왔던 신화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스케이프 룸]에서도 회사 이름으로 나오는 미노스 신화, 위에는 미노타우로스 그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타 섬의 왕비인 파시파에가 낳은 괴물이다.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가 포세이돈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자 화가 난 포세이돈이 왕비에게 저주를 내려 황소와 동침하도록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반은 인간 반은 황소인 미노타우로스인 것이다. 흉측한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는 길들여지지도, 죽일 수 도 없었기에 다이달로스를 시켜 그를 가둘 미궁을 만들어냈다. 미노스는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이용해 자신의 뜻을 어기는 사람들을 처형했다.

다시 말하자면, 미궁이란 신화 속에 등장하는 현존하지 않는 궁전 형태이다. 미궁은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을 수 없도록 건물 속 통로가 설계된 궁전이며, 의도적으로 길을 찾지 못하게 만든 미로와는 다른 개념이다. 미로는 중간에 길을 잃을 수 있지만, 미궁에서는 그 원리만 파악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왜냐하면 미궁의 외길은 무조건 중심(죽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어느 길이든 정중앙으로 귀결되는 미궁
해답(탈출구)이 있는 미로


영화 [이스케이프 룸]에서 의문의 방탈출 게임에 초대된 여섯 명의 사람들은 미로 같은 퍼즐이 아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미궁에 빠진 것이다. 그들을 살육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 속에서 치열하게 사투하는 그들의 종착지는 ‘생존’이 아닌 ‘죽음’뿐이다. 각각의 방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정답이 존재하지만 그 끝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다. 결국 생존하기 위해서는 테세우스처럼 실체(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는 방법만 남게 된다.


[이스케이프 룸]은 살해 방식들 속의 자극적인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한 채, 실제 방탈출 레저 게임을 하는 듯 협동, 추리, 운동 능력을 요하는 장애물들을 차례로 완료해간다. 재밌는 것은 영화나 책 등 문화 콘텐츠에서 만들어진 레저 활동이 다시 영화 속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습 역시 결국 문화 콘텐츠라는 중심에 귀결되는 미궁 같지 않은가?

영화 속 상, 하가 뒤바뀐 '업사이드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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