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당일 - 아침]
복도에는 시험 범위를 복습하는 소리가 은근하게 섞여 퍼졌다.
네 친구는 시험 시작 전에 나올 범위와 문제를 확인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송현 : 어제 풀었던 공식 그대로 나오면 좋겠다.
현서 : 시험은 매번 보는데 익숙해지지가 않네. 계속 긴장돼
영인 : 긴장 풀어. 우리 같이 한 만큼은 나올 거야.
서영 : (작게 미소 지으며) 그래, 이번엔 좀 마음이 편하네. 같이 준비해서 그런가 봐.
몇 마디 주고받으니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시험지가 배부되기 전, 친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우리의 기말고사는 시작되었다.
[기말고사가 모두 끝난 후 교실]
며칠 간의 시험을 끝으로 마지막 시험지를 제출하고 돌아온 교실엔 해방감이 번졌다.
책상 위에는 이미 참고서 대신 여행 잡지와 휴대폰이 놓여있었다.
현서 : 끝났다~!! 드디어 방학 전 자유시간!
영인 : 우리 이제 본격적으로 캠프 준비해야지?
서영 : 그래, 나도 갈래, 엄마한테도 이야기해서 허락받았어. 지난번에 받은 사진, 진짜 괜찮더라.
송현의 찡그린 얼굴에 잠시 정적이 흐르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송현 : 드디어 전원 출격! 내가 일정 다시 확정해서 단톡방 올릴게.
서영 :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못 가는 줄.ㅋㅋㅋㅋ
송현 : 너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까 장난치고 싶었어ㅋㅋㅋ
친구들은 놀란 표정에서 웃으믕로 바뀌었고, 본격적으로 캠프 얘기가 시작되었다.
[방학이 시작되고, 캠프 가는 첫날]
아침 공기는 서늘했고, 버스터미널 특유의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 틈에서 그녀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오고 싶은 물건들을 챙겨 나타났다.
현서는 스케치북을 영인은 작은 노트를 송현은 캠프 탬플릿을, 서영은 좋아하는 간식을 가득 넣어왔다.
현서 : 다들 준비 완벽?
영인 : 그럼 난 캠프 가서 심심하지 않게 카드게임 챙겼어.
송현 : 오~ 좋은데, 계곡 입수 내기도 하는 건가? 자고로 게임은 내기가 있어야 맛이지.
영인 : 갑자기 자신 없어진다...
서영 : 이럴 때 아니면 못하는 거긴 하다. 난 콜.
현서 : 난 반대야. 내가 걸릴 거 같아서 ㅋㅋㅋㅋ
송현 : 그리고 이제부터 시계보지 않기 진짜 느림을 체험하고 오는 거야.
서영, 현서, 영인 : 오키
그때, 캠프 버스가 들어오고, 네 친구들은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에는 출발을 위한 시동이 걸리고, 창밖의 도시에 빽빽한 건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의 머릿속엔 이제, 빠른 일상 대신 느리고 넉넉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캠프로 가는 버스 안]
송현 : 에헤이~ 우리 시계 보지 않기로 했잖아. 오늘은 진짜 쉬는 날 모드인뎅.
현서 : 헤헤 핸드폰 보면서 자꾸 체크하게 되네. (말을 돌리며) 근데 나 벌써 뭔가 그리고 싶어.
도시를 벗어나 푸릇한 색깔을 마주하니 현서의 마음이 많이 들떠있는 거 같았다.
아마 모두가 들떠있는 기분이겠지.
영인 : 난 여기서부터 기록 시작할래. 출발 시각, 날씨, 온도.. 그리고 목표는 '아무 목표 없이 보내기'
서영 : (웃으며) 목표는 없지만 계획은 세우는 건가?! 그럼 나도 그 목표 같이 할래. 짐 풀고 뭐 할지도 정하고.
그때 울리는 서영이의 핸드폰, 화면에는 '엄마'라는 이름이 떴다. 서영이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서영 : 여보세요. 엄마?
서영 엄마 : 잘 출발했어? 버스 탄 거 맞지? 짐은 빠트린 거 없고?
서영 : (작게 웃으며) 응 엄마 이미 한참 가고 있어. 다 챙겼어.
서영 엄마 : 거기 인터넷 잘 안될 수도 있다던데.. 문자라도 틈틈이 보내. 밥은 꼭 챙겨 먹고,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서영 : 알았어 알았어. 걱정 마. 하루 반만 있다가 돌아가는 건데. 뭐. 도착해서 문자 남길게 엄마.
뚝.
전화를 끊자 옆자리의 송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송현 : 우리 서영이, 의외로 마마보이? 마마걸~~ 이였네.
서영 : 아니거든. 부모님 입장에선 당연히 걱정되는 거잖아.
현서 : 그래도 좋겠다. 이렇게 자상하게 체크해 주는 거.
영인 : 맞아. 난 아까 문자 보냈는데 이미 읽씹 당했어.
네 명이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버스 창밖 풍경은 점점 더 초록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와 하하 호호 웃으며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주는 재미가 마음 한구석에 불씨를 틔어 앞으로의 기대로 다가왔다. 제대로 된 느림을 즐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