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by 그리다

[송현의 시간]


인영과 서영이 나가고 이불에 누워 눈을 감았다. 혈당 스파이크의 여파로 금방 잠에 들었고, 일어났을 땐 2시간이 지난 후였다. 처음 느껴보는 상쾌한 낮잠이었다. 점심시간 쪽잠을 자고 수업을 들을 때면 눈이 떠지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데, 학교에서도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만히 누워있으니까 주변의 소리들. 에어컨 소리와 희미하게 들려오는 참새가 짹짹하고 우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숙소 밖에서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이 재미있는 걸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박장대소하는 웃음소리였다. 하지만 이 조용한 시간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 가방에 챙겨 온 책을 꺼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김초엽 작가님의 책이었다. 송현이의 SNS 알고리즘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책의 주인으로서 그가 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전부터 집에 두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오직 책 맨 뒷면에 적어진 두 문장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송현이의 마음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나오지 않는 해답을 찾아줄 것만 같은 문장이었다. 결국 답은 괴로움보다 더 큰 행복이었으니까.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구심을 심어서일까? 그저 행복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 책이 보이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조용히 책을 펼쳤다. 잠시 손끝으로 책 표지를 쓰다듬으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책 속 문장 하나하나는 송현의 마음 깊은 곳에 닿았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빛나고 있어."라는 구절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평소 친구들을 위해 늘 웃고, 챙기느라 자신은 뒤편에 가려져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아마 현서가 물놀이가 끝나고 나에게 "잘 즐기고 있어?"라고 물었던 건 나의 내면을 알아봐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조용히 있을 때 비로소 현서가 말한 질문에 담긴 뜻을 그리고 자신이 느낀 외로움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 고용한 방 안에서 송현은 자신에게 조용히 물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까?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들이 책에서 발견한 문장들로 하나씩 떠올랐다.


"내 마음이 평화롭게 머무를 수 있는 조용한 공간"

"나만의 느린 속도"

"내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이 바로 그 답이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게 물든 종이 위에 펜을 들고 송현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너도 혼자 있는 시간에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네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도 좋아." 글자를 적어 내려가자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한 위로가 흘러나왔다. 긴장했던 몸도 서서히 풀리고 평온이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펼쳤다.


다시 책을 펼친 송현은 저녁의 잔잔한 빛 속에서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느림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오늘 하루가 작은 빛으로 ㅁ음에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내일을 향해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이전 09화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