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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U Apr 16. 2023

2022년 쓴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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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도대체 얼마나 기다리게 될까

기대하지 않으려 했던 무수한 노력들은 늘 헛수고가 된다.

네가 오는 꿈을 꾼다. 꿈은 꿈일 뿐이다. 현실이 아니기에 꿈이다.


왜 인간은 꿈을 꿀까.

꿈을 꾸는 인간. 지구가 지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곳에는 사람 수만큼의 지옥이 있다.


바라건대, 꿈이 있는 생이 서글펐습니다. 그러니 부디 꿈을 꾸지 않게 해 주십시오.

너무 대단한 부탁이라면, 간절히 바라건대 새로운 꿈을 꾸지 않게 해 주십시오.


어째서 매번 아픔은 새로운 것일까요.

있었던 꿈들로도 충분히 헤매는 밤입니다.


새로운 꿈을 계속 꿔야 한다 이르신다면, 부탁이니 이전 것들은 망각되게 해 주십시오.

못 이룬 꿈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만 갑니다.

산다는 게 쌓여만 가는 것이라면, 나는 도대체 어떤 죄로 지구에 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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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다.

나 혼자 그랬던 거다.


나는 웅덩이. 던져지는 조약돌 하나에 파장이 일어났다고 흐를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면 안 된다.


부디 고여있게 태어났다면, 아무도 찾지 않게 두소서.


혼자 외로운 편이 더 나은 지독한 열병입니다.

떠나는 이를 더는 기다리지 않게 해주세요.


고여서 썩는 게 제 팔자라면, 자꾸 흔들려 늦어지는 것이 더 괴로우니 제발 아무도 찾지 않게 두소서.

비록 한 방울일지라도 이슬이 떨어지는 날에는 온몸을 떨며 괴로워합니다.


나 또한 당신의 피조물인데

부디 조금이라도 가엾게 여기거든 오히려 누구도 오지 않게 하소서.


진흙조차 되게 하지 마시고,

잘못 찍은 마침표를 지우듯 세상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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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당신이 만든 생인데

아무리 보잘것없어도 버려만 두지 마세요.

모든 생에는 나름의 계획이 있다던데

내 지나온 날들은 어째서 이토록 무성의한 것인가요.

앞 날 마저 그러하거든 부디 심려치 마시고 거두어가세요.

당신이 망설이는 순간마저 나에게는 억겁으로 다가와 질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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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어제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고요.

또 내일은 어떻게 울게 될까요.


당신이 부재할 땐 시를 씁니다.

내 마음에 이토록 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마음에 가득 찬 단어들을 쏟아내고 쏟아내도

계속 가득 차는 일도 놀랍습니다.


받아주지 않을 요량이었다면 텅 비어있게 두시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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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토해내듯 적어내는 연유는 혹시 당신까지 토해낼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지는 데 있다.

그러나 아무리 써 내려가도 마음은 무거워져만 가는데,

누군가 이를 두고 사랑이라 한다면 감히 사랑따위로 폄하하지 말라 이르겠다.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나날들이 위장에 가득 걸려있다.

사랑이 이리도 끔찍할 리 없다.

사랑일리가 없는데,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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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슬픈 단어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아프다, 헤맨다, 억누르다 따위의 허무한 단어로만 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 텐데.

감정이 언어를 넘어설 때의 심정을 너는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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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내가 증발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나를 죽이는 다른 누가 있는데, 그 애는 내가 조금씩 죽어가길 원한다는 생각을 한다.

잘게 죽어가는 것만큼 처절한 지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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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외로워서 너를 사랑했다.

그런데 너를 너무 사랑해서 또 너무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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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면, 내 우울들이 인생의 부산물처럼 떠올라서

긴긴밤 내내 나를 괴롭히는데

어떻게 내가 아침마다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잘 잤느냐는 당신의 물음에는 잠깐이나마 안녕했기에

그저 그랬노라 거짓으로 답했습니다.

이게 사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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