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겠다는 말은 했지만,
마음속 깊이 정말로 널 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네가 잊혀진다면,
내 슬픔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이별이 몰고 온 슬픔을 덜어내고자,
'잊어야지' 생각했을 뿐,
추억을 없앨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정확히는 네가 아닌,
슬픔을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네 생각이 무뎌 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조금 남아있는 그리움이
더 이상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그리워질 때면
그리워하고 싶은 만큼 한껏 그리워했다.
되려 그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일부로 너의 집 앞을 거닐고,
같이 들었던 음악을 찾아 듣고,
모든 사랑 이야기에 너와 나를 대입시키기도 하면서.
조금 더 너를 생각하고 기억하려 했다.
그렇게 애를 써가며 널 그리워하고,
기억하려 한 이유가 있다.
‘언젠간 다시 만나겠지’ 하는
부질없는 생각으로 애써 기억하려한건 아니었다.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너의 이별처럼
이미 나의 이별이 끝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애석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별로 인한 슬픔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게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지만
마음 한켠 어딘가는
항상 애석함으로 가득했다.
듣기만 해도 설레던 너의 이름을
어딘가에 묻어 두고는
의미가 바래 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면 정말 거짓말처럼
너의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때가 되면,
애석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마음도 사라져
아무렇지 않게 무뎌진다는 것.
그런 모든 것이 애석하게 느껴졌다.
왜냐면
그리움은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것도,
한 순간 느끼고 흘려 보낼 만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슬픔이 사라진 것처럼
이 그리움도 언젠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라는 사람도,
그리움이라는 내 감정도
조금 더 기억하고 싶었다.
꽃잎에 날아가는 바람을,
나는 그 바람을 아쉬워했다.
Photographed and Written by
Lee Jin-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