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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혁 Nov 05. 2015

희망








눈 쌓인 아름드리 노송 아래에서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털어주게,
여기서 겨울을 지내보니 이상태에서 내일 또 눈이 내리면 이 나뭇가지들이 견디지 못하고 뚝뚝 부러질 거야.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자네들과 내가 눈을 털어주세.
어떤 가지들은 벌써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뚝 부러져 있기도 했다. 

윤교수가 먼저 장대를 들어 소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살짝 건들기만 해도 나뭇가지 위에 쌓여 있던 눈들이 와르르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 [중략]

어떤 것들은 위로 솟아오르며 다른 가지 위에 쌓인 눈을 건드려 그 눈을 털어내기도 했다.

...

                                                                                 < 신경숙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
















오르락 내리락.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뒤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

이치라고 받아들여 지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랬듯, 좋은 일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희망은 기다리고 버텨내면 다가오게 되는

계절 같은 것이 아니라서,


기약을 두지 않고.

아무런 조건도, 보장도 없다.




그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비로소 봄을 맞이 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어깨 위의 짐,
그 속의 보물과 같아서
짐을 풀어낼 수 있다면 보물이 되지만
그 전까진 어깨를 누르는 짐일 뿐이다.










그러니
희망을 주는 것에,

희망을 품는 것에,
책임을 느껴라.




 

뭇 사람들이 주는 희망들은 분명 건네어 줄 때는 보물이지만,

아직 그 보물을 풀어낼 수 없는 자에겐

어깨를 짓누르는 짐일 뿐이다.



절망 속에서 품는 막연한 희망은 스스로를 갉아먹고

우리들 눈을 가려 보물 행세를 하기도 하며

주위에 있을 행복을 지나치게 만든다.







삶엔

아무 이유도 없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탓할 데가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기에


가끔 뒤척이며 쉼표를 찍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 보물인지 아닌지 보아야 하고,

시야를 넓혀, 어느 끝에 있을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짐이자, 보물인 이것을

그 곳 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보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닿으려 해도

나는 생각보다 멀리 있고

곧은길로 갈 수만은 없다.












그러니

희망을 함부로 품지는 마라.


딛고 걸을 수 있을 만큼의

보물을 담고


희망을 주고 받는 것에

책임을 느껴라.


그러기로 했다면,

꼭 끝내 보물을 풀어내어

나누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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