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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Nov 15. 2023

연말 모임, 머리에 꽃을 달 생각을 했다.

  연말 모임 공지가 올라온 그날.

살면서 좀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나도 곱씹고 싶지 않아 샛길로 빠지곤 했던 그날이  뿅! 하고 떠올랐다.


내가 머리에 꽃을 달고 무대에 오른 

바로 그날 말이다.





  때는 초등학교 시절.

연말 행사로 합창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엄마는 이 떠지지도 않은 나를 끌다시피 하며 어디론가 데려갔고, 얼마 뒤 나는 미용실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발은 바닥에서 한참 붕 떠 있었고, 의자에 앉아 발을 흔 기다리고만 . 그 사이 미용실 원장님과 엄마는 작당모의라도 하듯 한참을 수군댔다. 가 대단한 일이라도 벌이려는 듯.


눈치가 제로였던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모른 채 얌전히 앉아서 '다 끝났다. 이제 내려와도 좋아.'라는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때리고 있는 사이. 테이블  화병에 꽂혀있던 안개꽃 한 다발이 오롯이 내 머리 위에 얹어졌다. 오. 마이. 갓.


원장님과 엄마는 결과물에 대만족이라도 하는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예상하겠지만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거울에 비친 우스꽝스러운  보았기에. 연장으로 가는 길 내내, 마는 어깨를 펴고 걸으라 했지만, 나는 자라목에 발발  수밖에 없었다.





  앨범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언니도 머리에 꽃을 단 . 피아노 콩쿠르 대회 사진. 언니 귀 옆에도 커다란 빨간 미가 꽂혀있었다.


'나도 니처럼 한 송이... 좋았을걸...'

 순간만큼은 장미꽃 한 송이만 머리에 단 언니가 부러울 뿐이었다.


아무튼 나는 독창 주자일 것 같은 모습으로 합창 무대에 올랐다. 백만 송이 안개꽃을 머리에 이고서. 내가 등장하자 무대 아래 백만 개 눈동자가 나를 향해 데구루루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봐도 주목할 수밖에 없었  모습.


노래할 때는 머리 위 작은 꽃송이들이 함께 박자를 맞추기라도 하듯 동시에 끄덕였고, 거기에 온통 신경이 쓰인 나는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도 모른 채, 쉬움과 부끄러움만 남기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말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인기스타처럼 기념촬 했다.  마치 나는 하나의 인간 꽃다었던 것이다... 끙.



무튼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 간이었는데,

이번 연말 모임, 머리에 꽃을 얹고 가면 어떨까 는 생각을 했다. 아주 진지하게. 몹시 자발적으로다가.


'피어라'

글로 한 번 피어나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머리 위에 활짝 핀 꽃을 얹는다면, 이것보다 필명을 찰떡같이 표현해 줄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엄마의 취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 펄쩍 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머리에  꽃을 겠다며 고민하고 있으니...

돌고 돌아 알게 됐지만

결국 그 엄마에 그 딸인가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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