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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비는 고구마를 박스째 쟁이기부터

by 차고기


코 끝을 찬바람이 때리고 는 계절 오면

무의식적으로 먹거리를 박스째 사들곤 한다.


그중 매년 질리지 않고 쟁이는 것이 있으니

과 고구마가 그렇다.


주황빛 대봉은 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말랑해지는 속도가 제각. 손 끝 촉각을 발휘, 익어 가는 순서대로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있다.


고구마는. 그냥 좋다.

어쩌면 이유가 너무 많아 그냥 좋다가 돼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목구멍이 꽉 막히는 밤고구마보다는 달달, 쫜득 호박 고구마를

훨씬 정한다.





얼마 전 인의 고구마 판매 소식이 톡방에 올라왔다.

작년우연히 맛보고 홀딱 반한 맛.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기간과 딱 맞물려 배달된, 한숨부터 나왔지만, 박스를 이고 지고 9층까지 날랐던, 그 수고로움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맛이었다.


가족 주말 농장표 고구마라 수확양이 그리 많지는 않다. 가족들 먹을 것을 제외, 소량만 판매한다. 자칫 늑장을 부렸다가는 맛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은근 몸값 자랑하는 녀석이다.


매일같이 고구마 먹는 상상을 했던 것이 하늘도 감동시킨 걸까. 올해는 1등으로 줄 서기에 성공. 도착 그날만을 손가락 쪽쪽 빨며 기다렸다.


일 년의 기다림.

맛있는 것이 박스째 눈앞에 놓였다. 궁금해할 지인에게 구마 무사 도착 소식을 전하려던 찰나. 박스 한쪽 귀퉁이...


빨간 하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얼마 만에 받아보는 하트냐며. 브레터를 받은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기분은 고구마를 기도 전에 두둥실 이었다.


러브레터 뺨치는 하트 하트~



그 와중에 지인은 내준 사진을 보고는 시무룩했다. 고구마 껍질이 많이도 벗겨져 갔다면서.


먼 거리를 이동해 왔으니 어쩌면 당연 일이었다.

껍질 뭣이 중한디! 맛만 있음 됐지! 사실 내 눈엔 상처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재빨리 입에 쳐... 넣을 생각뿐.


요즘 우리 집은 매일매일이 고구마.

요똥이도 맛있게 할 수 있는 찌기와 튀기기~


첫날은 가뿐히 고구마를 쪄냈고,

둘째 날은 중딩 아들 간식으로 고구마 스틱을 튀겨냈다.

오늘은 집안이 온통 고구마 냄새다.

에어프라이어에서 고구마 익어가는 냄새에 코가 격하게 벌름댄다. 여기서 이만. 은 후딱 마무리 짓고, 군고구마나 쫩쫩 먹어줘야겠다.






세상 맛있는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더 투척하고 간다.


누가 뭐래도 겨울 채비는

고구마를 박스째 쟁이는 것이 옳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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