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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Aug 16. 2023

개학을 준비하는 엄마의 자세

중학생 학부모 시점

이번 주 수요일이 개학입니다.

글을 써놓은지가 벌써 며칠 전인데요. 아... 방학은 저에게 좀처럼 시간을 주지 네요. 아이는 오늘 개학을 했습니다. 전 이 글을 개학 전에 발행하겠다 마음먹었었는데 말이죠. 끙.


뭐. 아이에게는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방이었지요. 저도 물론 감합니다. 각은 생각일 뿐. 학 말미로 접어들수록 입에서는 잔소리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수처럼 말이죠. 맞아요. 이제 개학할 때가 되었다는 입니다.


사춘기 아이와 갱년기 엄마.

아이 학원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찰싹 붙었습니다. 딱풀로 붙여놓은 듯요. 중학생쯤 되었으니 학원도 많이 다니고 그만큼 엄마의 자유 시간도 쏠쏠할 거라 생각되시죠? 노노. 절대 아닙니다. 아이는 주 2회  2시간씩.  비교적 짧게 사교육을 받고 있거든요. 아무 둘이  붙어 있다가는 영원히 사이가 틀어질 판이었습니다. 직도 날씨는 염의 연속지만. 이 시점에서 개학의 적절한 타이밍. 무지 감사 생각합니다.





개학을 앞두고 엄마 해맑았습니다. 

야심 찬 개학맞이 준비로요. 엄마는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습니. 아이가 공백 없이 학교 생활을 착착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추가된 일거리지만 엄마는 마냥 신이 났습니다.


제일 먼저 실내화

개학 전 꼭 체크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낭패  본 적이 있었거든. 개학날 아침. 그것도 현관 앞에. 학교에 잘 있을 줄 알았던 실내화가 생을 다했다는 소식을 들었지 뭡니까. 그 이후, 아예  방. 학. 식. 날 새 실내화를 미리 주문해 둔답니다. 렇게 밀함을 발휘했는데요. 오늘. 개학날 아침. 저희 집 아이는 야무지게 실내화 주머니를 놓고 갔답니다. 끙.


두 번째로 교과서와

방학과 함께 집에서 뒹군 교과서들이요. 모두 생사를 확인하며 정렬시켜 봅니다. 이건 아이의 협조가 필요해요. 아이의 기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최상의 컨디션일 때 엄마의 자애로운 목소리로 부탁해야 합니다. 일타쌍피. 틈을 주지 않고 바로 파일 정리도 요청합니다. 툴툴대는 아이 때문에 내가 직접 정리하고 말지 하다가도. 좋은 습관 하나 만들어주겠다며. 어미는 솟구치는 마음을 꾹꾹 누릅니다. 끙.


번째 필기

중학생이 되어 샤프를 사용하면서 연필에 대한 압박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달고 살았던 연필 깎으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긴 하네요. 하지만 연필 말고 지우개. 지우개 말입니다. 지우개는 왜 그 모양일까요? 주근깨 투성이 내지는 현무암 수준입니다.  지우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끙.


네 번째로 교복

교복이 옷장에  있는지부터 체크합니다. 사이즈도 살펴봅니다. 아이는 폭풍성장 중이니까요. 정리 중에 책가방에서 방학 내내 기생한 교복 후디가 나왔습니다. 끙. 다행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애써 웃음을 보입니다. 개학이 얼마 안 남니 가능한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학창 시절 리의 꽃은 뭐다? 네네. 암요. 책상정리지요. 뒤죽박죽 꽂힌 책과 노트. 읽고 난 뒤 길 잃은 책들 탑. 전면을 가득 메운 메모지. 다 푼 문제지들. 굴러다는 장난감들. 요기조기 쏙쏙 끼워둔 쓰레기들. 모두 정리할 것 투성이입니다. .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잔소리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안 그랬다가는 모든 일이 도로하미타불이 됩니다. 

아이가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엄마는 옆에서 살살 거들기만 합니다. 정리의 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기꺼이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때가 두 번째 고비입니다. 아이의 서툶 참다못해 엄마가 개입할 수도 있는 시점이거든요.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하세요. 이제 우린 거의 다 왔으니까요.

이 힘든 고비를  넘기면 세상 뿌듯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는 물론 엄마까지 느낄 수 있는 커다란 만족감이요. 책상이 정리된 모습은 사실 아이가 더 좋아합니다. 본인이 제일 많이 마주하는 공간이니까요. 산뜻한 변신이 얼마나 좋겠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단 아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며칠 전 사전 예고는 필수입니다. 자기 물건 건드리면 발끈하는, 아이는 사춘기 터널을 지나고 있으니까요.





이제 든 준비를 완료하였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그날이 오기는 오는군요.  우리 아이를 선생님과 친구들 품으로 돌려보냅니다. 하하하. 


(그동안 아이의 방학으로 글쓰기에 매진할 수 없었단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겠군요. 끙.)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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