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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l 26. 2023

집콕을 좋아합니다만 단골집은 있습니다.


꺽중한 키, 인심 쓰듯 듬뿍 얹은 몸무게.

누가 봐도 건강함을 자랑할 만한 외모다. 하지만 외모는 외모일 뿐.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약골 중에 약골이다.


남들은 대형 마트 장보기가 취미라고도 하던데. 넓은 매장을 물건 찾아 헤매는 게 힘들어 클릭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나에겐 새벽 배 있다. 여행여독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 분명 레는 일이지 선뜻 떠나기가 망설여진다. 엄마들과 오전 카페 수다는 하 에너지 총량 소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집 밖은 위험한 곳이 되었다.







무리 없이.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운동은 유튜브 홈트에 최적화되어 있다. 혼자서 지속 가능하냐고 묻겠지만 고맙게도 의지박약과는 거리가  사람이다. 신기하게도 꾸준히 잘도 해나간다.


카페도 홈카페를 좋아한다. 남들은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책도 읽고, 일도 하고, 글도 쓴다던데. 나에게 백색소음은 그저 견디기 힘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집 밖을 꺼려하는 나에게도 

단골 가게가 있다.


단골집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것 때문에 더 쉽게  단골이 됐다.


혹여  들렸다 빈손으로 그냥 나와.  

아님 장바구니 그득 채웠다 살며시 내려놓고 나와도.

눈치 한 번 주지 않는다. 예상컨대 주인장은 태평양 부럽지 않은 넓디넓은 마음이지 싶다.


단골집은 할인 쿠폰도 꼼꼼히 챙겨준다.

인 쿠폰 용에 희열을 느끼는 나다. 좋아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처음  발 들이기가 어려워 그렇지, 한 번 들어가절대로 벗어날 없는 곳이다. 매력적인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심지어 달 초, 단골 가게로 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팸메일만 가득하던 메일함에 뽀얀 진주알 하나가 톡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대놓고 단골집을 광고해도 될는지 모르. 그러나 매 순간 순수 백 프로 내돈내이었으니 당당 밝히겠다. 


집콕을 애정하는 극 I형 인간. 내가 좋아하는  단골집은 눈치 보지 않고 책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바로 인터넷 서점 예스 24이다.


코로나로 도서관 드나들기도 꺼렸던 시절. 그때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 짧게 마무리될 것  고역의 시간은 엿가락 늘어지듯 길어졌고. 종식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안 하느니 차라리 책이라도 실컷 읽어보자 했다.


평소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책들을 모두 사서 읽게 되었다. 이때만큼은 아이가 읽고 싶다 했던 책들도 모조리 주문해 줬던 것 같다. 덕분에 아이의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읽기의 즐거움도 깊어졌다. 집 안에는 가족 독서 모임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이 내어준  마음 내키는 대로 싸돌아 다니며 장바구니에 한 권씩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얼마든지 산책이 가능. 선크림을 바를 필요도 선캡을 눌러쓸 일도 없다. 저질 체력인 나에게 최고최적 단골가 자리 잡았다.






메일을 받은 그날은 최고 급인 플래티넘이 되는 소식을 들었다. 3개월간 구매 누적 금액이 30만 원 이상 되었을 때 주어지는 등급이란다. 적립금과 할인 쿠폰 혜택이 상향됐다.


여기에는 사실 아이가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리 집 독서 왕답게 요청하는 책이 다. 최근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벌의 예언>을 주문했고, 2학기 관련 문제지들도 주문했다.


엄마는  마음과는 달리 읽는 속도가 더뎌 시무룩하다. 심지어 요즘은 고전 탐닉에 들어갔다. 정독을 몇 번씩 하느라 평소보다 책주문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이 손짓하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가 있어 참 좋다. 장바구니  넘치는 책들을 고민 없이 모두 구매할 있는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나는 단골 가게 또 놀러 간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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