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청소하는 이유

by 차고기

집을 정리한다.

밀대에 부직포를 끼운다. 부직포에 달라붙지 않는 과자 부스러기는 모아서 손의 힘을 빌린다. 거실에 놓아두었던 빨래 건조대는 재빠르게 빈방으로 치운다.


이번엔 식탁을 공략한다.

식사 후 남은 그릇 자국이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행주를 들고 식탁을 덮고 있는 유리 면과 눈 각도를 맞춘다. 한치의 얼룩도 남지 않게 빈틈없이 닦아낸다. 식구들에게도 당부한다. 물컵은 식탁 위에 놓지 말자고. 식탁에서 책 읽기와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부탁한다. 모든 책들에게 자기 자리를 찾아주라고.


다음은 화장실이다.

세면대 수전으로 직진한다. 수전의 물때를 매직블록으로 반짝이게 닦아낸다. 매직블록답게 마술을 부린 양 광택이 예사롭지 않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다. 대머리가 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매일 줍는 머리카락 양이 만만치 않다. 변기 커버를 올려 오줌 자국을 체크한다. 소변은 앉아서 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달리 스탠드 업! 을 포기 못하는 우리 집 남자들이다.


마지막으로 현관이다.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면 바로 물건을 정리해 팬트리 속으로 집어넣는다. 빈 박스는 지체 없이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들고나간다. 관 빈 박스만 치워도 그 집 첫인상이 백점 만점에 백점이 된다. 물티슈 한 장을 꺼내 빠르게 휘익 한 번 훔쳐낸다. 누구의 머리카락인지. 누가 데려온 흙먼지 인지.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드러낸다.





휴. 이제 한숨을 돌린다.

집안을 둘러본다. 기분 좋을 정도로 정리정돈 된 모습에 흡족함이 몰려온다. 왜 진작 이렇게 살지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

청소한다고 몸 좀 움직거렸더니 온몸이 땀이다.

평소 질색팔색하던 찬물 샤워는 시원하기만 하다.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 꼰다. 웨이브를 한껏 살려 머리를 말린다. 안경도 벗어던진다. 집에 있지만 화장을 한다. 두 볼 위에 피치색 볼터치를 티가 팍! 나게 한다. 발그레해진 두 볼이 생기를 더해 준다. 웃고 있지 않아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 같다.


늘 입고 있던 잠옷도 벗어던진다.

청바지에 면티를 착장하고 손목에는 시계를 찬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마무리로 향수를 칙칙 뿌린다.





그가 뭐길래!

내 삶을 바꿔놨다. 집안을 정리하고, 나를 가꾼다.

오늘도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린다.

띵동!










과외할 학생이 왔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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