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퀴어] 용기를 노래하는 전설, MIKA

장르의 한계 없이 풀어낸 자기 정체성

by SPIT

유혹적인 무대 제스처,

다채로운 보컬 퍼포먼스,

팝과 록, 클래식과 오페라까지 아우르며

장르를 유영하는 독창적 스타일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미카‘

누군가는 그를 두고 “프레디 머큐리의 귀환”이라 했고, 누군가는 “감염성 있는 팝의 걸작”라 불렀다.

또한 그는 장난스럽게 허리를 흔들며

관객을 웃게 만들 줄 아는 유쾌한 퍼포머였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들으면

멜로디만큼 선명하게 들리는 고통이 느껴진다.



Grace Kelly 들으러 가기


Grace Kelly,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암시하다


그는 태생부터 경계를 넘나든 존재였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전쟁을 피해 파리로,

다시 런던으로 흘러갔다.

프랑스어, 영어, 아랍어, 이탈리아어까지 넘나드는

그에게 국적은 소속보다는 혼란의 이름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게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친구도, 안식처도 없던 학교는 지옥과도 같았고

난독증으로 단어를 읽는 것이 버거웠던 교실 안에서

그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너무 어렸던 소년에게 “틀리다”는 낙인을

세상은 너무 쉽고 잔인하게 찍어버렸다.


이런 그의 유일한 도피처는 음악이었다.

데이비드 보위, 프레디 머큐리 같은

퀴어 아이콘의 음악을 들으며,

그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고

누구보다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Life in Cartoon Motion

그의 데뷔 앨범 Life in Cartoon Motion은

동화 같은 멜로디 너머로 정체성을 모색하는

미카의 내면이 묻어나는 데뷔작이다.


그중 “Grace Kelly”는 글램 록, 팝 록, 디스코,

댄스팝의 요소를 과감하게 섞어 만든 곡이다.

특히 로시니의 오페라 The Barber of Seville 중

‘Largo al factotum’의 멜로디를 차용해

클래식한 극적 감각을 팝에 담았다.


이곡은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나 외모를 바꾸라는

음반사의 압력에 항의하기 위해 쓴 풍자적 경고이자

“나는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선언으로 정체성을

부정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 시절 Mika는 음악과 인터뷰를 통해 라벨 없는

자유를 강조하며 “나는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는다

필요하면 양성애자라고 불러도 좋다”라고 말했다.

(Gay & Night 인터뷰, 2009)


이 시기의 그의 음악은 경쾌하고 자유로웠지만

서서히 정체성의 그림자를 담기 시작했다.



The origin of love 들으러 가기


사랑의 본질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3집 The Origin of Love는 정체성의 선언이자,

그의 가장 진솔한 자화상이다.

이 앨범은 일렉팝 듀오 ‘Empire of the Sun’의

닉 리틀모어와 공동 작업을 거쳤다.

미카는 이 작업을 덜 층위적이고, 더 단순한 팝,

여전히 행복한 리듬을 가진 앨범이라 소개했다.

특히 이 앨범은 바로크 팝 요소를 기반으로 한

클래식 스트링과 신시사이저, 일렉트로닉 조화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Origin of Love는 단순한 러브송이 아니다. 이 곡은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사랑의 기원 신화’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서사적 시도다.

“Used to be Adam and Eve, they found their love in a tree…”

이 구절에서 미카는, 종교적 상징을 빌려

차별과 죄의식 속에서도 사랑은 태어나고,

사랑은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클라이맥스 부분의 “The origin is you”는

정체성의 기원을 외부요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용기”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한 인간의 통찰이다.



No Place in Heave 들으러 가기 ​


배제된 존재가 세상에 던지는 반문


4집 No Place in Heaven(2015)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더 깊은 고백이 등장한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70년대 싱어송라이터 스타일에

기반을 둔 레트로 사운드로 구성되며,

피아노, 기타, 보컬 중심의 정통팝 구성으로 돌아왔다.


“Father, will you forgive me for my sins?

Father, if there’s a heaven, let me in.

I don’t know where to go if I should die.”


미카는 이 첫 구절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가로지른 질문을 꺼내 놓는다.

어릴 적부터 ‘정상’이 아니라고 낙인찍힌 존재로

살아야 했던 그는, 천국조차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 고백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다.

“죽더라도 어딘가 있어야 한다”는 간절한 몸부림이다.


“There’s no place in heaven

for someone like me “

그는 종교를 빙자하여

사회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는 쉽게 건너가는 그 선을

어떤 이는 평생 넘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하지만 어떤 용기는

그 선을 건너는 순간에 비로소 태어난다.



진실을 노래할 때, 내 세상은 바뀐다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열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 열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자 하는 깊은 갈망이며,

그는 음악이라는 감각적 매개를 통해

이 갈망을 전달했다.

그 전달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과 가족 나아가

사회의 경계선까지 더 깊이 사유하게 되는

순간을 선사한다.


미카는 사랑, 진정성, 용기를 통해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냈다.

그리고 말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용기.

그것이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 증명의 순간 이후,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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